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정권이 큰 고통을 호소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사태 이상으로 강력한 압박 효과가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핵심 내용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미국 금융회사가 북한 금융회사의 대리계좌(국제금융거래를 위해 외국 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개설·유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60일 뒤 이 조치가 확정되면 각국 금융사들은 북한 금융사와 거래할 때 미국 금융사와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조치의 1차적 대상은 미국 금융사들이지만, 제3국 은행도 대미 거래에 북한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이 적발되면 계좌 폐쇄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북한은 외화벌이 일꾼들(6만여명)을 활용해 거액의 달러를 확보했지만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270호로 인해 달러 송금이 막혔다. 북한은 결의안 제재 이후 대리계좌 등을 활용해 달러를 우회 송금했지만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이마저도 어려워진다. 제재 여부를 떠나 북한과의 거래가 가져올 위험성 때문에 알아서 거래를 회피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과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중국 내 금융사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내에서 비공식 거래를 하는 북한 금융사 수십여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데다 중국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 자발적 의지를 갖고 제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문을 수용한 것은 대(對)미 견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미국이 베트남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대중 압박에 나선 데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이 최근 승인한 대북제재는 북한 내 금융기관과 1만5000유로(약 2000만원)를 넘는 자금이전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북한에 지점, 사무소, 자회사, 은행계좌 등을 새로 개설하거나 북한 은행을 상대로 한 합작법인과 출자, 외환결제 제휴관계를 새로 맺는 것을 금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