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글로벌 회사의 임원 자리를 내던지고 뉴욕 맨해튼에서 창업, ‘K뷰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인 ‘알파걸’들의 성공스토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글로우 레시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사라 리(한국명 이승현·왼쪽)와 크리스틴 장(한국명 장미). 이 대표는 “K뷰티의 특징을 가장 정확히 나타내는, 빛이 나는 피부를 컨셉트로 잡았다”고 말했다.

2014년 창업 당시 두 사람은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 미국법인의 임원이었다. 각각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로레알 미국법인에서 만났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던 두 사람은 “미국에서 제대로 된 K뷰티의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며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로레알이 내놓은 쿠션 콤팩트, 시트마스크, 에센스는 모두 K뷰티에서 힌트를 얻었을 정도로 시장을 앞서고 있었다.

장 대표는 “한국 화장품은 품질도 좋고, 기술력도 뛰어난데 저렴한 프로모션에 깜찍한 이미지 중심으로 가는 게 속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우 레시피가 성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5년 1월 미국 ABC방송의 투자 유치 오디션 프로그램인 ‘샤크 탱크’에 출연하면서 만들어졌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출연한 두 사람은 미국인에게 생소한 한국 화장품의 우수함을 뛰어난 프레젠테이션 실력으로 설명해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회사 사이트는 바로 다운됐고, 접속 건수가 수십만건까지 올라갔다.

장 대표는 “K뷰티는 제품 못지않게 콘텐츠가 핵심”이라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 화장품을 이용하는지를 먼저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될 만한 화장품을 수입해 전자상거래회사인 아마존을 통해 뿌리는 손쉬운 방법 대신 블로그와 온라인 쇼핑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면서 독자 브랜드를 꾸려나가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두 사람이 보는 K뷰티의 강점은 혁신이다. 주력상품 중 하나인 블라이드의 패팅워터팩은 샤워하면서 마스크를 얼굴에 바르고 두드린 뒤 씻어내면 바로 마스크 팩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 대표는 “미국인들은 피부관리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다”며 “미국 문화에 맞는 제품이 한국에는 많다”고 말했다.

대신 미국에서 판매할 제품은 까다롭게 고른다. 우선 인공 방부제나 색소, 향료가 많은 제품은 제외한다. 이 대표는 “한국 화장품을 처음 접할 때 깔끔하고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별로 20명을 선별해 2주간 직접 사용하도록 해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한다.

글로우 레시피의 주력제품은 스킨케어 종류다. 국내 13개 브랜드와 북미지역 독점판매 계약을 맺고 있다. 글로우 레시피는 2014년 12월 창업한 뒤 1년 만에 매출 100만달러를 넘었다. 하반기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창업 2년 만에 100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목표는 역설적이지만 K뷰티가 한국의 이미지를 넘어서도록 하는 것이다.

“랑콤, 샤넬은 제품에 프랑스 기업이라는 걸 알리지 않습니다. 고객은 브랜드 그 자체를 선택할 뿐입니다. 글로우 레시피도 그 대열에 들도록 할 겁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