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터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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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터널의 역사](https://img.hankyung.com/photo/201606/AA.11773633.1.jpg)
사상 최초의 이 터널은 적의 침공에 대비해 성 밖 기혼샘의 물을 실로암으로 가져오는 수로다. 길이는 530m. 직선이 아니라 S자형으로 구부러져 있다. 여기엔 세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일꾼들이 방향을 잘못 잡아서 그랬다는 것, 또 하나는 땅속 바위 틈으로 흐르던 물줄기를 따라 작업했다는 것이다. 왕들의 무덤 밑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도 있다.
기원전 530년에는 그리스가 사모스 섬의 산을 통과하는 직선형 터널을 만들었다. 1㎞가 넘는 대공사였지만 양쪽 굴착팀이 만났을 때 오류가 3㎝에 불과했다고 한다. 터널 뚫는 기술은 화약 발명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8세기 철도 보급과 함께 착암기와 다이너마이트, 전기뇌관 등을 이용한 근대식 공법이 등장했다.
그저께 스위스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세계 최장 철도터널 고트하르트베이스터널(GBT)이 개통됐다. 총 길이 57㎞로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터널(53.9㎞)보다 3.1㎞, 프랑스~영국의 채널터널(50.4㎞)보다 6.6㎞ 길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한 시간 빠른 2시간40분에 갈 수 있다. 터널 통과 시간은 17분이지만, 공사 기간은 17년이나 걸렸다.
그렇지만 세계 최장 기록은 곧 깨질 것 같다. 중국이 보하이(渤海)해협에 다롄과 옌타이를 잇는 123㎞짜리 해저터널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까지 연결하는 180여㎞의 해저터널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면 세이칸터널의 3.4배에 이르는 ‘해저 만리장성’이 탄생한다. 중국은 보하이터널과 한·중 철도 페리 노선을 연계하는 것까지 연구 중이다.
한국도 ‘터널 강국’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율현터널(50.3㎞)이 굴착공사를 마치고 개통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수서역과 평택 지제역을 잇는 수도권고속철도 노선이다. 2010년 완공한 거가대교의 가덕해저터널은 육상에서 제작한 구조물을 가라앉혀 연결하는 최신 공법의 침매터널로 유명하다. 73㎞ 길이의 제주해저터널(보길도~제주)을 뚫을 날도 멀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길이 열리는 곳으로 돈과 사람이 따라 흐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