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회사 분할을 추진하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류사업을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넘겨 물산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한편 나머지 사업 일부를 삼성전자로 넘겨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지분 9.2%) 등 오너 3남매가 17%를 보유한 이 회사는 2014년 11월 상장될 때부터 ‘삼성전자와 합병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주가가 4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해 걸림돌이 나타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때 삼성그룹이 엘리엇 사태로 곤욕을 치른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오너 지분율이 높고 시너지가 불투명한 삼성SDS를 합병하는 방안이 올라간다면 해외 주주들이 또다시 반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때부터 회사를 분할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물류와 IT솔루션서비스 등 두 개 사업부문 중 물류를 떼어내 삼성물산에 넘겨 상사부문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게 이번에 공론화된다. 물류는 성장성 있는 사업인 만큼 이를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가져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해 바이오사업을 흡수하기도 했다.

남은 IT솔루션부문은 그룹 계열사의 IT시스템을 관리하는 컨설팅SI 사업, 외주를 받아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아웃소싱솔루션 사업으로 나뉜다. 이중 컨설팅SI는 삼성전자와 합치거나 삼성전자 자회사로 남기고, 나머지는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 등은 SDS 주식 일부를 삼성물산 또는 삼성전자로 바꾸고, 일부는 현금으로 확보해 상속세 재원으로 쓸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 이에 부정적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S 이사회는 다음주 합병안을 확정짓지 않고 사업 개편 방안 형태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반응에 따라 사업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사전 정지 작업을 해왔다. 지난 4월 서울 잠실 본사(향군타워 동관)에 있던 IT서비스부문 연구개발 인력 800명을 삼성전자 우면동 캠퍼스로 옮긴 것. 이 공간에는 오는 8일 서초동 사옥에 있던 삼성물산 상사부문 인력이 옮겨온다. 물류부문과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우면동 캠퍼스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쓰고 있다. IT서비스부문 일부가 삼성전자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