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으로 철도 운행이 취소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가운데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노동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말했다.
발스 프랑스 총리 "파업 계속돼도 노동법 개정안 수정하는 일 없을 것"
발스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원안에서의 후퇴는 노동법 개정안의 당초 입법 취지를 퇴색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노동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주 35시간 근로제를 손보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기업과 직원이 협의해 주당 근무시간을 최대 46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직원 해고를 위한 요건도 종전 경기침체에서 수주 감소, 기술 변화 직면,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완화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10%가 넘는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해고가 까다로워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다 보니 프랑스 신규 고용의 80%는 3개월 이하 임시 계약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도 20%를 넘는다.

발스 총리는 “노동법 개정안이 인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살아나고 정부의 개혁의지가 충만한 지금 개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인은 거리 투쟁으로 개혁을 막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프랑스가 개혁이 불가능한 나라라는 통념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발스 총리는 또 “프랑스에 혼란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격화된 시위와 파업, 지난 며칠간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작년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 등으로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염려한 발언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달 10일 프랑스 정부가 헌법 제49조 3항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하원 표결 없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오는 14일 심의를 시작하는 상원에서의 개정안 통과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공장, 국영철도, 원자력발전소 등의 노조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프랑스 곳곳에선 주유난, 철도 운행 취소, 정전 등이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은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10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유럽 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 2016’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에어프랑스 노조도 11~14일 파업을 예고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