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뿐…이마저도 특실에 한정
양반다리나 무릎꿇고 앉기 고령자 관절에 나쁜 영향
지자체 입식 식당 지원 확대…강릉선 시설비용 50% 지원
의자 등에 앉는 입식 생활습관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상당수 대형병원 장례식장은 좌식 접견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하는 좌식 문화는 고령자의 관절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식 문화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입식문화 확산 필요”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빅5 병원’ 장례식장 중 의자와 식탁을 둔 입식 접견실을 일부라도 운영하는 곳은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두 곳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특실인 17호실 접견실에 입식 식탁을 들여놔 문상객이 좌식과 입식 중 선택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특실 1호실과 2호실 접견실을 입식으로 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접견실은 모두 특실이라 일반실을 찾은 문상객은 좌식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고령층이 많이 찾는 장례식장 특성상 무릎 허리 등에 수술을 받았거나 통증을 느끼는 문상객이 많다. 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불편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병원 관계자는 “입식으로 바꾸면 비용이 들고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적어지지만 문상객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줄어든다”며 “장례식장 입식 문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반다리 자세, 무릎 하중 높여
원격 조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조의금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 장례식장도 첨단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접객실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좌식 테이블에 앉는 자세는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 좌식 테이블에 앉을 때 가장 흔한 자세는 양반다리다.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으면 무릎 관절을 많이 굽혀 관절 각도가 커진다.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관절 주변 인대와 근육이 긴장해 약해질 수 있다. 고관절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무릎을 꿇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관절이 과도하게 꺾이며 무릎 내부 압력이 높아져 부담이 커진다. 인대와 근육에 압박이 가해지고 혈액순환에도 좋지 않다. 이상운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서 있을 때 척추 추간판 압력이 100이라면 앉아서 허리를 굽힐 때 185 정도”라며 “바닥에 앉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 것이 척추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입식 식당 지원 사업도
이 때문에 식당 등에서도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꾸는 곳이 늘고 있다. 입식으로 바꾸는 식당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강원 강릉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입식 테이블을 설치하는 음식점에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노약자, 장애인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남 곡성군, 화순군과 광주시 등에서도 이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장례식장을 리모델링하며 입식 접객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정훈 목동힘찬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양반다리, 무릎 꿇고 앉기 등 좌식 문화가 습관화되면 안쪽 무릎 연골이 닳아 생기는 O자형 안짱다리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며 “관절 건강을 위해서라도 입식 좌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