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 전시된 박무생의 ‘모란도’.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 전시된 박무생의 ‘모란도’.
우리 민족의 대표적 채색화인 민화는 왕실의 화려한 병풍에서부터 허름한 여염집 벽장문까지 생활 공간을 두루 장식한 ‘생활부적’ 같은 그림이다. 호랑이나 까치, 꽃, 나비 등 서민의 일상 주변에 있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그림은 새해 정초에 대문에 내걸어 액을 물리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선조들은 수복병풍 앞에서 돌잔치를 하고, 문자도 앞에서 천자문을 외웠다. 최근에는 국제미술계에서도 한국 민화에 많은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민화를 되살려 내려는 늦깎이 화가가 있다. 지난 20여년간 민화에 빠져 살아온 서정 박무생 씨(68)다. 민화의 대중화와 현대화에 앞장서 온 박씨가 오는 26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국화가 정성옥 씨에게 전통채색화를 공부한 그는 ‘화려한 외출’을 주제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수백복도, 책가도, 호피도, 화조도, 문자도 등 근작 30여점을 걸었다.

박씨에게 전통 민화의 재현은 원본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맑은 기운을 투영하는 작업이다. 장식성을 최대한 되살리되 지나치게 복잡함을 피한 것이 특징이다. 책가도에서는 고전적인 장중함과 단정함이 묻어나고, 부귀의 상징인 모란도 병풍에서는 화려한 색으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풍성한 꽃송이가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발산한다. 또 연꽃이나 화조를 소재로 한 작품은 색채가 화려해 꿈처럼 아름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려낸 호피도는 마치 진짜 호피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박무생 작가의 민화에서는 섬세한 필치와 짜임새 있는 구도, 화사한 오방색채가 돋보인다”며 “모란도는 꽃과 다양한 모양의 괴석이 어우러져 서정성을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02)720-15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