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公務) 중 목숨을 잃는 경찰·소방관이 줄지 않고 있다. 매년 20여명이 순직하고 2000여명이 다치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 관심은 반짝 높아졌다가 사그라지고 있다. 현충일을 맞아 순직 경찰·소방관과 유가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경찰관 78명이 순직했다. 공무 중 부상을 입은 경찰관은 1만90명에 달했다. 순직자나 부상자 중에는 초급 간부인 경위(32.9%)가 가장 많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위는 일선 파출소장급으로 현장에 나가 지휘하는 일이 잦아 위험에 많이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순직 경찰관의 46%인 36명이 경위였다. 지난해 10월 울산 호계역 인근 철길에 누운 10대 장애인을 구하려다 열차에 부딪혀 숨진 이기태 경주경찰서 경감(당시 경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갑자기 철길로 뛰어가 드러누운 정신지체아 김모군(사망·당시 16세)을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 지난달 경찰청은 이 경감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주역 광장에 그의 흉상을 세웠다.

지난달 25일 정기화 경북 김천경찰서 경감(당시 경위)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을 거뒀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한 운전자의 도주를 저지하다가 희생됐다. 운전석 창문에 매달려 10여m를 끌려가던 그는 차량의 뒷바퀴에 머리를 치였다.

소방관은 최근 5년간 28명이 순직하고 1632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순직한 이병곤 평택소방서 소방령은 서해대교에서 화재로 끊어진 교량 케이블에 맞아 숨졌다. 구조·구급 이외에 벌집·고드름 제거, 위해동물 퇴치 등 생활안전 활동 중 사고를 당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종태 산청소방서 소방경은 경남 산청군에서 말벌집을 제거하다 말벌에 쏘여 순직했다.

순직한 경찰관이나 소방관의 유족들은 정신적 충격뿐만 아니라 가정 내 수입이 줄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순직 경찰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위험직무 순직’과 ‘일반 순직’으로 나뉜다. 유가족들은 유족연금과 보상금이 더 많은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

위험직무 순직은 법에 범위가 정해져 있다. 과로사나 업무 중 시설 등에 부딪혀 사망한 경우에는 인정받기 어렵다. 소방관 역시 생활안전 활동 중 사망했을 때는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말벌에 쏘인 이종태 소방경도 인사혁신처는 일반 순직으로 인정했다. 위험직무 순직과 일반 순직 판별에 따라 유족이 받는 연금과 보상금 및 각종 복지기금 등은 총 1억원가량(경위 기준) 차이가 난다.

공무상 부상을 입으면 장기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기 때문에 정상근무를 할 때 받던 각종 수당이 줄어든다. 지난 1월 전남 강진에서 낫을 휘둘러 2명을 살해한 피의자에게 손목을 다친 김모 경위는 작년에 비해 올해 받는 급여가 110만원가량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험직무에 종사하다 상해를 입은 경찰관에 대해 ‘장해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민생 안전을 위해 희생한 경찰관과 소방관을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