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홀 '11m 벙커샷 버디'…선두 추격 불씨 살린 최경주
역시 ‘벙커샷의 달인’이었다.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사진)가 오랜만에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SK텔레콤오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경주는 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GC(파72·739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총상금 620만달러)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았다. 마지막 18번홀(파4) 경기가 멋졌다. 최경주는 티샷을 러프로 보낸 뒤 두 번째 샷마저 그린 옆 벙커에 빠뜨려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낼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경주는 침착하게 벙커로 들어갔다. 홀까지의 거리는 11m. 큰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간 공은 그린 위를 굴러가 그대로 컵에 들어갔다. 갤러리들은 환호했고 최경주도 활짝 웃으며 두 팔 벌려 인사했다. 캐디와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최경주는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선두와는 4타 차.

최경주는 이번 대회 1~3라운드에서 68-69-69타로 사흘 연속 60타대를 치며 안정적인 샷감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최경주는 드라이버와 캐디를 바꾼 뒤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새로운 캐디 매슈 홀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경기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경주의 벙커샷은 PGA투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어릴 적 고향인 전남 완도 백사장에서 벙커샷을 익혔다. 샌드웨지의 헤드가 닳아 없어지도록 날마다 벙커샷을 연습했다. 이 때문에 최경주는 코스 그린이 딱딱하고 좁아 볼이 튕겨나가기 쉬울 때는 일부러 벙커를 향해 샷을 한다. 그린 밖 깊은 러프보다 벙커에서 샷을 하는 것이 타수를 지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에게 벙커샷 비법을 전수받은 제자도 여럿 있다. 2009년 말 미국 댈러스의 최경주 집에서 지내며 벙커샷을 연습한 ‘장타왕’ 김대현(28·캘러웨이)은 이듬해 KPGA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미소천사’ 김하늘(28·하이트진로)도 지난겨울 동계훈련 기간 최경주에게 벙커샷 특강을 받았다. 김하늘은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맹훈련을 했다”며 “그 덕분에 벙커샷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