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골드코스트 즐기는 골드코스 여기 다 있네…바다·하늘·숲·도시에서 즐기는 호주 골드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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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서 파도타기
빌딩 77층 꼭대기서 아찔한 클라이밍
열기구 타고 둥실~ 황금빛 일출에 와~
탬버린 국립공원서 밀림탐험…아빠~ 저기 캥거루 좀 보세요
빌딩 77층 꼭대기서 아찔한 클라이밍
열기구 타고 둥실~ 황금빛 일출에 와~
탬버린 국립공원서 밀림탐험…아빠~ 저기 캥거루 좀 보세요
호주는 참으로 부러운 나라입니다. 넓은 땅과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만은 아닙니다. 동부의 퍼스에서 북부의 다윈, 서부의 골드코스트, 남부의 멜버른까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 개발에 열을 올릴 때도 호주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호주 사람들은 자신들만 알던 비경이 널리 알려져 훼손될까 걱정부터 합니다.
“호주에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관광지가 있다”는 호주관광청 관계자의 말이 괜한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골드코스트 여행은 호주를 즐기기 위한 애피타이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마치 근사한 정찬을 먹은 듯한 포만감을 주었습니다. 전채요리가 이 정도이니 주요리는 얼마나 우아할까요? 제한된 일정 때문에 호주 여행의 맛보기(골드코스트)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호주 중에서 골드코스트는 40㎞가 넘는 해변이 있는 역동적인 관광지입니다.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차를 타고 한 시간만 내륙으로 들어가도 울울창창한 밀림이 펼쳐집니다. 역동적이면서 변화무쌍한 골드코스트를 즐기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골드코스트(호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바다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눈부신 바다…서핑의 천국 골드코스트에서는 이름 그대로 황금빛 해변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다니고 빌딩이 숲을 이룬 마천루에서도 불과 10분만 걸으면 어디서든 해변에 닿는다. 골드코스트 사람들에게 해변과 바다는 일이 끝나면 서핑을 즐기거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쉬는 일상적인 장소다. 골드코스트의 해안선에는 30곳이 넘는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많은 해변은 빼어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서핑을 하기에 최적의 파도를 만들어 내 많은 서핑 애호가로부터 특별히 사랑받는다.
골드코스트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다. 이곳은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캐빌 애비뉴와 연결돼 있다.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긴 해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이름에 걸맞게 사시사철 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기후, 역동감 넘치는 파도로 인해 1년 내내 서퍼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서핑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서핑을 배울 수 있는 강습 코스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서핑스쿨(gorideawave.com)에 들어가면 보드 다루는 법부터 앉는 법, 서는 법까지 전문 강사의 꼼꼼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초보자를 위한 강좌가 열린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에는 밤이면 나이트마켓이 열려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작은 수공예품과 그림은 물론 패션용품까지 안 파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품들이 거래된다. 만화 포스터 숍이나 힙합 음악을 하는 이들이 즐겨 쓰는 모자인 스냅백 상점에는 이름을 그래피티처럼 새겨줘 문전성시를 이룬다.
게잡이·낚시…가족형 체험도 풍성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활달한 느낌이라면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이애미 힐 주변의 해변은 정적인 느낌을 준다. 해변 위 언덕에는 전망대가 있고 데크가 깔려 있어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산책을 하며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한다.
서핑을 하기 어렵다면 배를 타고 낚시를 하거나 게를 잡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게잡이 배는 골드코스트 남서쪽에 있는 버즈베이 오이스터 팜에서 출발한다. 배 주변으로 펠리컨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 2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니 작은 해변에 닿는다. 게를 잡는 작은 펌프 같은 도구를 갯벌에 대고 연신 바닥을 훑다가 낚아채니 신기하게도 작은 게가 잡힌다.
게잡이가 끝나면 낚시 도구를 관광객에게 하나씩 들려준다. 낚싯대를 드리운 지 10분도 안 돼 손바닥만한 고기가 올라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울려 퍼진다. 게잡이 체험은 다소 싱거운 느낌이 들지만 가족들끼리 잔잔한 추억을 쌓기에는 그만이다.
하늘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Q1빌딩 전망대의 낭만적인 풍경
골드코스트 전경을 편안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Q1빌딩을 찾으면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거용 빌딩인 Q1의 77층 스카이 포인트에는 전망대가 있다. 통유리 너머로는 42㎞가 넘는 골드코스트의 눈부신 해변과 건물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이면 한 시간 거리의 브리즈번까지 보인다고 한다. 한국의 5월은 호주의 가을이어서 해가 일찍 저문다. 오후 5시만 돼도 밖에는 어느새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전망대에서는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고 있어 골드코스트의 낭만적인 풍경과 함께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Q1에서는 짜릿한 레포츠 활동도 즐길 수 있다. Q1빌딩 꼭대기를 오를 수 있는 스카이포인트 클라이밍이다. Q1빌딩 외곽에서 마치 공사장을 오르는 듯한 철제 계단을 따라 최상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다. 코스 가이드와 함께 철저하게 안전을 준수하며 스카이 포인트 체험을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적이 없다고 한다. 심장이 약하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두가 나지 않는 고난도의 익스트림 체험이다. 이 공포스런 고공체험 비용은 Q1 입장권을 포함해 54호주달러(약 4만6000원)에서 94호주달러(약 8만원)까지 하지만 3개월치 예약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열기구 타면 호주의 산하가 한눈에 더 높은 곳에서 골드코스트를 즐기고 싶다면 열기구를 타보자. 해가 뜨기 전에 열기구를 타고 해가 솟아오르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는 것이 열기구 투어의 백미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열기구 투어 현장까지 가는 승합차를 탔다. 새벽 어스름 안개가 스멀스멀 차에 달라붙었다. 1시간40분을 달려 열기구 체험 현장에 다다르니 이미 도착한 체험팀의 열기구가 둥실 하늘로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알록달록한 대형 풍선 밑에서 가스 불을 붙이자 ‘슉슉’ 소리를 내며 풍선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열기구는 잠시 기우뚱하다 이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하늘로 오르자 호주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에서 바라본 호주의 산하는 수없이 많은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름이 바다를 이루며 만들어 낸 흰색과 황토색, 회색의 산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해가 뜨고 햇살이 올라오자 하늘은 다시 황금빛으로 일렁였다. 열기구가 바람에 출렁이며 서서히 회전을 하면 이번에는 역광이 만들어 낸 풍경들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나무들은 그림자 사이로 숨어 버리고 새들만이 빈 허공을 기웃거린다.
어느새 열기구가 지상으로 내려올 시간이 됐다. 올라갔던 것보다 빠르게 열기구가 낙하한다.
단단히 줄을 잡고 다리를 구부린 채 열기구에 몸을 기대고 있으니 채 10분도 되지 않아 지상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땅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손길 닿지 않은 원시림, 탬버린 국립공원 골드코스트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파도와 백사장의 낭만과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탬버린 국립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차로 약 50분, 굽이진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달달한 나무 향이 온몸의 감각을 신선하게 한다.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은 밀림에서도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80m가 넘는 높이에서 즐기는 짚라인은 스릴이 넘친다. 외줄을 타고 미끄러지면서 힐끗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게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인다.
탬버린 국립공원에는 비교적 잘 구획된 도로를 따라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탬버린 국립공원 산 중턱에는 오레일리 가족이 세운 리조트가 있다. 1998년에 설립된 이 리조트는 최신식 리조트와는 달리 조금 불편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자연 속에 동화돼 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리조트 밖으로 펼쳐진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리조트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조차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밤이면 근처 숲속으로 들어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나무에 붙어 있는 반딧불이를 보며 경이에 젖고, 새벽이면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산책을 하기도 한다.
트랙터 타고 체험하는 열대과일 농장 투어
석양 무렵이면 황금빛으로 주위를 물들이다 핏빛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는 낭만적인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오레일리 리조트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는 강렬한 햇빛도 좀처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나무가 촘촘히 들어선 숲길이 나온다. 해변과는 달리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그 안에는 좁은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거대한 유칼리 나무(유칼립투스)가 즐비하고 도마뱀과 야생 조류들이 노니는 숲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계곡 안쪽에 오도넬이라는 이름의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골드코스트에서 이같이 남미 아마존을 연상시키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웅숭깊은 숲을 만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골드코스트는 연중 기후가 온화하고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곳곳에 열대과일 농장이 많다. 트로피컬 프루트월드는 골드코스트 중심가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열대과일 농장을 트랙터를 개조한 차량으로 둘러보고 캥거루, 에뮤 등 호주에서만 사는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농장 규모는 거대하다. 구획마다 망고나 바나나, 아보카도는 물론 잭프루트처럼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과일들이 재배되고 있다. 고소한 맛을 내는 마카다미아는 아예 시식코너를 마련해 직접 열매를 까고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한나절 여행을 나온 호주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도심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예술가들의 벼룩시장 이채
골드코스트의 도심 풍경은 여유롭고 한적하다. 중심가인 오키드 거리에도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다. 15분마다 지나가는 트램만이 도시의 정적을 깨울 뿐이다.
주말이 되면 골드코스트 도심에서 멀지 않은 하이웨이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한국의 벼룩시장과는 달리 이름 없는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한다.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원피스부터 가방, 장신구, 미술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벼룩시장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치열하게 흥정하고 물건을 팔려는 욕심보다는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더 큰 희열을 느끼는 듯했다.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진지한 눈빛, 느릿하고 유연한 삶의 풍경. 이것이 골드코스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정보
캐세이패시픽항공(cathaypacific.com/kr·1644-8003)이 인천~홍콩~브리즈번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매일 5회 운항하는 인천~홍콩은 3시간30분, 주 11회 운항하는 홍콩~브리즈번은 7시간30분쯤 걸린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오레일리 리조트(oreilly.com.au)는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호주관광청(facebook.com/wowaustralia·02-399-6502), 퀸즐랜드주 관광청(queensland.or.kr·02-399-7878)
“호주에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관광지가 있다”는 호주관광청 관계자의 말이 괜한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골드코스트 여행은 호주를 즐기기 위한 애피타이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마치 근사한 정찬을 먹은 듯한 포만감을 주었습니다. 전채요리가 이 정도이니 주요리는 얼마나 우아할까요? 제한된 일정 때문에 호주 여행의 맛보기(골드코스트)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호주 중에서 골드코스트는 40㎞가 넘는 해변이 있는 역동적인 관광지입니다.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차를 타고 한 시간만 내륙으로 들어가도 울울창창한 밀림이 펼쳐집니다. 역동적이면서 변화무쌍한 골드코스트를 즐기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골드코스트(호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바다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눈부신 바다…서핑의 천국 골드코스트에서는 이름 그대로 황금빛 해변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다니고 빌딩이 숲을 이룬 마천루에서도 불과 10분만 걸으면 어디서든 해변에 닿는다. 골드코스트 사람들에게 해변과 바다는 일이 끝나면 서핑을 즐기거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쉬는 일상적인 장소다. 골드코스트의 해안선에는 30곳이 넘는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많은 해변은 빼어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서핑을 하기에 최적의 파도를 만들어 내 많은 서핑 애호가로부터 특별히 사랑받는다.
골드코스트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다. 이곳은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캐빌 애비뉴와 연결돼 있다.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긴 해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이름에 걸맞게 사시사철 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기후, 역동감 넘치는 파도로 인해 1년 내내 서퍼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서핑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서핑을 배울 수 있는 강습 코스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서핑스쿨(gorideawave.com)에 들어가면 보드 다루는 법부터 앉는 법, 서는 법까지 전문 강사의 꼼꼼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초보자를 위한 강좌가 열린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에는 밤이면 나이트마켓이 열려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작은 수공예품과 그림은 물론 패션용품까지 안 파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품들이 거래된다. 만화 포스터 숍이나 힙합 음악을 하는 이들이 즐겨 쓰는 모자인 스냅백 상점에는 이름을 그래피티처럼 새겨줘 문전성시를 이룬다.
게잡이·낚시…가족형 체험도 풍성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활달한 느낌이라면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이애미 힐 주변의 해변은 정적인 느낌을 준다. 해변 위 언덕에는 전망대가 있고 데크가 깔려 있어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산책을 하며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한다.
서핑을 하기 어렵다면 배를 타고 낚시를 하거나 게를 잡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게잡이 배는 골드코스트 남서쪽에 있는 버즈베이 오이스터 팜에서 출발한다. 배 주변으로 펠리컨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 2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니 작은 해변에 닿는다. 게를 잡는 작은 펌프 같은 도구를 갯벌에 대고 연신 바닥을 훑다가 낚아채니 신기하게도 작은 게가 잡힌다.
게잡이가 끝나면 낚시 도구를 관광객에게 하나씩 들려준다. 낚싯대를 드리운 지 10분도 안 돼 손바닥만한 고기가 올라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울려 퍼진다. 게잡이 체험은 다소 싱거운 느낌이 들지만 가족들끼리 잔잔한 추억을 쌓기에는 그만이다.
하늘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Q1빌딩 전망대의 낭만적인 풍경
골드코스트 전경을 편안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Q1빌딩을 찾으면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거용 빌딩인 Q1의 77층 스카이 포인트에는 전망대가 있다. 통유리 너머로는 42㎞가 넘는 골드코스트의 눈부신 해변과 건물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이면 한 시간 거리의 브리즈번까지 보인다고 한다. 한국의 5월은 호주의 가을이어서 해가 일찍 저문다. 오후 5시만 돼도 밖에는 어느새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전망대에서는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고 있어 골드코스트의 낭만적인 풍경과 함께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Q1에서는 짜릿한 레포츠 활동도 즐길 수 있다. Q1빌딩 꼭대기를 오를 수 있는 스카이포인트 클라이밍이다. Q1빌딩 외곽에서 마치 공사장을 오르는 듯한 철제 계단을 따라 최상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다. 코스 가이드와 함께 철저하게 안전을 준수하며 스카이 포인트 체험을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적이 없다고 한다. 심장이 약하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두가 나지 않는 고난도의 익스트림 체험이다. 이 공포스런 고공체험 비용은 Q1 입장권을 포함해 54호주달러(약 4만6000원)에서 94호주달러(약 8만원)까지 하지만 3개월치 예약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열기구 타면 호주의 산하가 한눈에 더 높은 곳에서 골드코스트를 즐기고 싶다면 열기구를 타보자. 해가 뜨기 전에 열기구를 타고 해가 솟아오르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는 것이 열기구 투어의 백미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열기구 투어 현장까지 가는 승합차를 탔다. 새벽 어스름 안개가 스멀스멀 차에 달라붙었다. 1시간40분을 달려 열기구 체험 현장에 다다르니 이미 도착한 체험팀의 열기구가 둥실 하늘로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알록달록한 대형 풍선 밑에서 가스 불을 붙이자 ‘슉슉’ 소리를 내며 풍선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열기구는 잠시 기우뚱하다 이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하늘로 오르자 호주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에서 바라본 호주의 산하는 수없이 많은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름이 바다를 이루며 만들어 낸 흰색과 황토색, 회색의 산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해가 뜨고 햇살이 올라오자 하늘은 다시 황금빛으로 일렁였다. 열기구가 바람에 출렁이며 서서히 회전을 하면 이번에는 역광이 만들어 낸 풍경들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나무들은 그림자 사이로 숨어 버리고 새들만이 빈 허공을 기웃거린다.
어느새 열기구가 지상으로 내려올 시간이 됐다. 올라갔던 것보다 빠르게 열기구가 낙하한다.
단단히 줄을 잡고 다리를 구부린 채 열기구에 몸을 기대고 있으니 채 10분도 되지 않아 지상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땅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손길 닿지 않은 원시림, 탬버린 국립공원 골드코스트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파도와 백사장의 낭만과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탬버린 국립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차로 약 50분, 굽이진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달달한 나무 향이 온몸의 감각을 신선하게 한다.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은 밀림에서도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80m가 넘는 높이에서 즐기는 짚라인은 스릴이 넘친다. 외줄을 타고 미끄러지면서 힐끗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게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인다.
탬버린 국립공원에는 비교적 잘 구획된 도로를 따라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탬버린 국립공원 산 중턱에는 오레일리 가족이 세운 리조트가 있다. 1998년에 설립된 이 리조트는 최신식 리조트와는 달리 조금 불편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자연 속에 동화돼 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리조트 밖으로 펼쳐진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리조트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조차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밤이면 근처 숲속으로 들어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나무에 붙어 있는 반딧불이를 보며 경이에 젖고, 새벽이면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산책을 하기도 한다.
트랙터 타고 체험하는 열대과일 농장 투어
석양 무렵이면 황금빛으로 주위를 물들이다 핏빛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는 낭만적인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오레일리 리조트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는 강렬한 햇빛도 좀처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나무가 촘촘히 들어선 숲길이 나온다. 해변과는 달리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그 안에는 좁은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거대한 유칼리 나무(유칼립투스)가 즐비하고 도마뱀과 야생 조류들이 노니는 숲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계곡 안쪽에 오도넬이라는 이름의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골드코스트에서 이같이 남미 아마존을 연상시키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웅숭깊은 숲을 만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골드코스트는 연중 기후가 온화하고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곳곳에 열대과일 농장이 많다. 트로피컬 프루트월드는 골드코스트 중심가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열대과일 농장을 트랙터를 개조한 차량으로 둘러보고 캥거루, 에뮤 등 호주에서만 사는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농장 규모는 거대하다. 구획마다 망고나 바나나, 아보카도는 물론 잭프루트처럼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과일들이 재배되고 있다. 고소한 맛을 내는 마카다미아는 아예 시식코너를 마련해 직접 열매를 까고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한나절 여행을 나온 호주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도심에서 즐기는 골드코스트
예술가들의 벼룩시장 이채
골드코스트의 도심 풍경은 여유롭고 한적하다. 중심가인 오키드 거리에도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다. 15분마다 지나가는 트램만이 도시의 정적을 깨울 뿐이다.
주말이 되면 골드코스트 도심에서 멀지 않은 하이웨이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한국의 벼룩시장과는 달리 이름 없는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한다.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원피스부터 가방, 장신구, 미술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벼룩시장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치열하게 흥정하고 물건을 팔려는 욕심보다는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더 큰 희열을 느끼는 듯했다.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진지한 눈빛, 느릿하고 유연한 삶의 풍경. 이것이 골드코스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정보
캐세이패시픽항공(cathaypacific.com/kr·1644-8003)이 인천~홍콩~브리즈번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매일 5회 운항하는 인천~홍콩은 3시간30분, 주 11회 운항하는 홍콩~브리즈번은 7시간30분쯤 걸린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오레일리 리조트(oreilly.com.au)는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호주관광청(facebook.com/wowaustralia·02-399-6502), 퀸즐랜드주 관광청(queensland.or.kr·02-399-7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