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해상왕 발자취 좇아…맥주의 도시를 향해…장보고가 지킨 그 바다, 밤새 황해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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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칭다오·웨이하이
뻔한 여행 대신 ‘fun(재미있는)’한 중국 여행을 찾는다면 크루즈선을 타고 산둥성으로 떠나보세요. 칭다오 맥주, 태산, ‘신비의 연못’ 표돌천 등 유명 관광지는 물론 크루즈 여행이 주는 색다른 경험까지 누릴 수 있으니까요. 산둥성은 뱃길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데다 오후 늦게 인천을 출발한 크루즈선이 다음날 아침 칭다오에 닿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이제 산둥성으로 가볼까요.
먹고 놀고 자고…多 되는 크루즈페리
17시간. 배를 타고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비행기로는 1시간20분에 불과한 거리다. 소요 시간으로만 따지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동항운의 2만9000t급 크루즈페리선 ‘뉴 골든브릿지Ⅴ호’에 오르며 생각에 잠겼다.
오후 4시. 사람들이 탔는데도 배는 떠날 기미가 없다. 조수 간만의 차 때문에 도크에 물을 채웠다 빼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갑판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거나 선내를 둘러보기 좋은 시간이다.
2인용 객실은 여느 비즈니스호텔의 스탠더드룸과 비슷하다. 샤워까지 할 수 있는 화장실과 트윈 침대, TV·소파·테이블까지 갖추고 있다. 압권은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다. 밤이 될 때까지 ‘오션뷰’를 누릴 수 있다. 단체 관광객을 위한 8인용, 16인용 등 대형 도미토리룸도 마련돼 있다.
저녁식사 중간에 낙조를 볼 수 있는 건 크루즈 여행의 특장점이다. 아침에 일찍만 일어난다면 갑판 위에서 환상적인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어둠이 가라앉으면 밖은 칠흑 같이 변한다. 스마트폰의 인터넷은 먹통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배 위에서의 즐거움은 지금부터다. 댄서로 변한 승무원들의 공연과 함께 선상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가 줄줄이 이어진다. 동승한 한 산악회 회원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었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내키지 않으면 선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카페·편의점에서 여유를 만끽하면 된다. 노래방도 밤 12시까지 운영한다니 이 밤의 끝은 대체 언제일까 하고 ‘기분 좋은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시계는 어느새 오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객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낯선 느낌은 분명했지만 노곤함을 깨울 정도는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땐 ‘산둥성 최대의 해안도시’ 칭다오에 도착해 있었다. 하늘에서 할 수 없는 거의 모든 것이 바다 위에선 가능하다는 것.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에 정을 붙이는 이유일 것이다. 크루즈에서 17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양꼬치가 필요 없네…칭다오 맥주
맥주는 칭다오의 ‘연관 검색어’이자 ‘대명사’다. 시내에는 여러 개의 맥주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110여년 전 독일인이 설립한 곳은 1공장이다. 칭다오 맥주의 역사와 생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맥주박물관도 이곳에 있다. ‘메카 중의 메카’라는 의미다.
또 1공장에서 나오는 상품에만 ‘1903’이란 표시가 돼 있다. 맥주의 주원료인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1공장 칭다오맥주는 내수용으로만 공급된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칭다오에 직접 오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접 마셔본 결과 다른 공장에서 나온 맥주의 맛과 큰 차이는 없다. 중요한 건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다는 것. 일행들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물관 투어의 백미는 갓 뽑아낸 맥주 시음이다. 맥주 원액과 생맥주를 모두 맛볼 수 있다. 맥아가 여과되기 직전의 상태인 원액은 진한 풍미가 일품이다. 48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기 때문에 박물관 안에서만 마실 수 있다. 목 넘김이 생맥주보다 부드럽다. 풍부한 거품에서까지 맥아의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한 개그맨의 유행어인 ‘양꼬치앤칭다오’로 더욱 유명해진 칭다오 맥주지만 그 원액은 양꼬치를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해 보였다.
적산법화원의 환상적인 분수쇼
산둥성 웨이하이에 자리 잡은 적산법화원은 장보고가 신라시대에 세운 사찰이다. 다섯 채로 이뤄진 장보고기념관을 통해 그가 당나라에 남긴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적산법화원은 당나라에 거주하는 신라인들의 신앙 거점이자 그들의 정착을 도운 지금의 ‘한인 교회’ 같은 역할을 했다.
사찰 경내에는 ‘적산명신’이라는 동상이 있는데 높이가 58m에 이른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손 모양이 다소 특이하다. 거친 풍랑이 일 때 잔잔해지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웨이하이가 항구도시인 까닭이다. 동상을 바로 밑에서 보려면 981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빨간 지붕을 한 집들과 해안의 마천루 등 웨이하이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기념관, 사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산법화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다. 108가지의 연꽃무늬를 형상화한 분수는 장엄한 중국 음악이 깔리며 15분간 계속된다. 쇼는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에 열린다. 분수쇼에서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고 싶다면 잊지 말고 경험해보자.
여행정보
인천~칭다오 크루즈페리 週 3회 운항…17시간 걸려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위동항운의 크루즈페리 뉴골든브릿지Ⅴ호가 매주 3회 운항한다. 화·목·토요일 인천항에서 출발한다.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15~17시간 걸린다. 웨이하이 노선인 뉴골든브릿지II호(사진)는 월·수·토요일에 각각 운항한다. 왕복 요금은 22만~34만원으로 동일하다. 단체여행객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다. 위동항운 홈페이지(weidong.com)에 여행상품과 운항 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032)770-8000
칭다오·웨이하이=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
먹고 놀고 자고…多 되는 크루즈페리
17시간. 배를 타고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비행기로는 1시간20분에 불과한 거리다. 소요 시간으로만 따지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동항운의 2만9000t급 크루즈페리선 ‘뉴 골든브릿지Ⅴ호’에 오르며 생각에 잠겼다.
오후 4시. 사람들이 탔는데도 배는 떠날 기미가 없다. 조수 간만의 차 때문에 도크에 물을 채웠다 빼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갑판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거나 선내를 둘러보기 좋은 시간이다.
2인용 객실은 여느 비즈니스호텔의 스탠더드룸과 비슷하다. 샤워까지 할 수 있는 화장실과 트윈 침대, TV·소파·테이블까지 갖추고 있다. 압권은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다. 밤이 될 때까지 ‘오션뷰’를 누릴 수 있다. 단체 관광객을 위한 8인용, 16인용 등 대형 도미토리룸도 마련돼 있다.
저녁식사 중간에 낙조를 볼 수 있는 건 크루즈 여행의 특장점이다. 아침에 일찍만 일어난다면 갑판 위에서 환상적인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어둠이 가라앉으면 밖은 칠흑 같이 변한다. 스마트폰의 인터넷은 먹통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배 위에서의 즐거움은 지금부터다. 댄서로 변한 승무원들의 공연과 함께 선상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가 줄줄이 이어진다. 동승한 한 산악회 회원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었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내키지 않으면 선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카페·편의점에서 여유를 만끽하면 된다. 노래방도 밤 12시까지 운영한다니 이 밤의 끝은 대체 언제일까 하고 ‘기분 좋은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시계는 어느새 오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객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낯선 느낌은 분명했지만 노곤함을 깨울 정도는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땐 ‘산둥성 최대의 해안도시’ 칭다오에 도착해 있었다. 하늘에서 할 수 없는 거의 모든 것이 바다 위에선 가능하다는 것.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에 정을 붙이는 이유일 것이다. 크루즈에서 17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양꼬치가 필요 없네…칭다오 맥주
맥주는 칭다오의 ‘연관 검색어’이자 ‘대명사’다. 시내에는 여러 개의 맥주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110여년 전 독일인이 설립한 곳은 1공장이다. 칭다오 맥주의 역사와 생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맥주박물관도 이곳에 있다. ‘메카 중의 메카’라는 의미다.
또 1공장에서 나오는 상품에만 ‘1903’이란 표시가 돼 있다. 맥주의 주원료인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1공장 칭다오맥주는 내수용으로만 공급된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칭다오에 직접 오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접 마셔본 결과 다른 공장에서 나온 맥주의 맛과 큰 차이는 없다. 중요한 건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다는 것. 일행들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물관 투어의 백미는 갓 뽑아낸 맥주 시음이다. 맥주 원액과 생맥주를 모두 맛볼 수 있다. 맥아가 여과되기 직전의 상태인 원액은 진한 풍미가 일품이다. 48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기 때문에 박물관 안에서만 마실 수 있다. 목 넘김이 생맥주보다 부드럽다. 풍부한 거품에서까지 맥아의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한 개그맨의 유행어인 ‘양꼬치앤칭다오’로 더욱 유명해진 칭다오 맥주지만 그 원액은 양꼬치를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해 보였다.
적산법화원의 환상적인 분수쇼
산둥성 웨이하이에 자리 잡은 적산법화원은 장보고가 신라시대에 세운 사찰이다. 다섯 채로 이뤄진 장보고기념관을 통해 그가 당나라에 남긴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적산법화원은 당나라에 거주하는 신라인들의 신앙 거점이자 그들의 정착을 도운 지금의 ‘한인 교회’ 같은 역할을 했다.
사찰 경내에는 ‘적산명신’이라는 동상이 있는데 높이가 58m에 이른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손 모양이 다소 특이하다. 거친 풍랑이 일 때 잔잔해지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웨이하이가 항구도시인 까닭이다. 동상을 바로 밑에서 보려면 981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빨간 지붕을 한 집들과 해안의 마천루 등 웨이하이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기념관, 사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산법화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다. 108가지의 연꽃무늬를 형상화한 분수는 장엄한 중국 음악이 깔리며 15분간 계속된다. 쇼는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에 열린다. 분수쇼에서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고 싶다면 잊지 말고 경험해보자.
여행정보
인천~칭다오 크루즈페리 週 3회 운항…17시간 걸려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위동항운의 크루즈페리 뉴골든브릿지Ⅴ호가 매주 3회 운항한다. 화·목·토요일 인천항에서 출발한다.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15~17시간 걸린다. 웨이하이 노선인 뉴골든브릿지II호(사진)는 월·수·토요일에 각각 운항한다. 왕복 요금은 22만~34만원으로 동일하다. 단체여행객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다. 위동항운 홈페이지(weidong.com)에 여행상품과 운항 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032)770-8000
칭다오·웨이하이=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