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으로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됐지만 삼성 KB 등 주요 자산운용사는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저성장·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연기금과 법인 등 기관 자금이 자산운용사로 흘러들어 운용자산이 급증한 덕분이다. 예·적금을 대체하는 채권상품이나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인프라, 헤지펀드 같은 사모펀드 부문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운용사가 돈을 벌어들이는 일명 ‘파이프라인’이 다양화되고 있다.
펀드 위축돼도 운용사 실적 '쑥쑥크는' 까닭
○삼성, 운용자산 24조원 불어

펀드 위축돼도 운용사 실적 '쑥쑥크는' 까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115개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잠정치)은 총 1388억원으로 전년 동기(885억원)에 비해 56.8% 증가했다. 펀드 수탁액과 투자일임계약이 포함된 운용자산(846조원)이 지난해 1분기(755조원)보다 12.1%(91조원) 늘면서 운용 수수료 수익(4644억원)이 16.2% 증가한 덕이다. 시황에 따라 실적 기복이 심한 증권사와 달리 자산운용사들은 운용자산의 일정액을 운용 보수로 떼기 때문에 자금만 꾸준히 들어오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다.

운용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난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조원, 지난해 말에 비해선 2조원가량 증가해 운용자산이 200조원에 달한다. 올 1분기 14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13억원)에 비해 28.3% 늘어났다. 순이익 규모도 전체 운용사 중 1위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기금, 기관들의 일임자산 외에도 연초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레버리지, 인버스 중심으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급증했다”며 “저금리 기조로 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에 각각 7000억원과 8000억원가량이 유입되는 등 분야별로 운용자산이 두루 늘었다”고 설명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운용자산이 11조원가량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25억원)보다 44%가량 급증한 36억원을 기록했다. NH-아문디 관계자는 “지난해 인력 및 운용조직을 개편해 주식 및 채권 운용성과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일임자산이 크게 늘었다”며 “특별자산 펀드(선순위론 사모펀드) 설정이 1분기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KB·한화, 채권·혼합펀드로 ‘뭉칫돈’

KB자산운용의 올 1분기 순이익 규모는 140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2위다. 전년 동기(119억원)보다 17.6%(21억원) 증가하면서 분기 사상 최대 성적을 올렸다. 2013년 4분기 375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부동산펀드 관련 소송충당부채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 순이익은 122억원이었다. 부진한 증시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채권혼합형펀드로 3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김미숙 KB자산운용 경영관리본부 팀장은 “비용 절감으로 인한 수익 개선보다는 채권혼합형펀드 판매가 급증하고 인프라 및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50억원 가까운 영업수익을 올리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의 1분기 순이익(95억원)은 전년 동기(37억원)보다 무려 150% 급증했다. 단기국공채펀드(1조6000억원) 등 채권형펀드와 ‘한화글로벌헬스케어’ ‘한화코리아레전드’ 등 주식형펀드에 사모형태로 기관자금이 쏠리면서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