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이공계 대학 평가]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다시 이공계가 미래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날아온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인공지능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승리하면서 먼 미래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그 때문인지 업계와 학계는 물론 정부까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불과 반세기 남짓한 기간에 우리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지나 지식창조사회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낡은 교육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정형화된 대학 교육과정에서 지식창조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교육과정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산업에 전력투구할 때 대학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얼마나 충실히 공급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진대학들은 발 빠르게 온라인 공개강좌(MOOC), 거꾸로 학습, 혼합형 학습 등 새로운 교육 방법을 활용해 이공계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졸 신입사원의 교육·훈련 기간이 평균 1년 반, 순수 교육비용으로 1000만원가량 쓰인다고 한다. 산업계는 현장 수요와 대학 교육의 괴리를 지적하며 대학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대학 교육과정 개선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1906년 미국에서 시작된 ‘Co-op’이라는 프로그램은 학업과 산업 현장의 업무 경험을 통합한 교육 모델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참여 속에 현재 150개 교육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공계 교육의 혁신 방향성에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탄탄한 전공 기초를 바탕으로 첨단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과 산업체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공계 교육 개혁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학교육 시스템, 커리큘럼의 대대적인 개편은 그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의지로 대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나 산업계 참여까지 유도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대학교육이 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려면 업계 또한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교육과정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인재 선발 기준을 제시하고, 일관된 채용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온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이공계 인재를 논할 수밖에 없다. 건실한 과학기술인을 육성하려면 이공계 대학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대학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시와 비판 기능도 필요하다. 대학의 변화 의지를 진작하고 대학 진학 때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공계 대학 평가는 대학 교육 혁신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평가는 단순 성과 평가에 그치지 말고 이공계 교육 개혁과 교육의 질 제고를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초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공계 대학들은 교육과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보유 자원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과 대학의 눈높이 조율, 대학 교육과정 개혁, 우수 인재 유입이라는 3박자가 갖춰질 때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강해질 것이다. 다시 이공계가 미래이자 ‘스트롱 코리아’의 엔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