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은퇴설계 강연장에서의 일이다. 50대 후반의 중년 남성이 강사에게 “은퇴도 안 해 보신 분 같은데 어떻게 노후준비 강의를 하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사는 “현명한 사람은 들으면 알고, 똑똑한 사람은 보면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당하고 나서 알게 된다”고 답했다.

은퇴는 누가 먼저 경험하고 나서 얘기해주는 사건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 경험하는 일이고 그 시기가 빠르냐, 늦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즉 예정된 확정적 사건이라는 뜻이다. 확정적 사건이므로 많은 사람은 그것에 대비해 연금에 든다.

사회초년생 입장에선 은퇴는 먼 미래이자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만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먼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단기지향심리’가 존재한다. 테오도르 레빗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근시안적 사고를 마케팅에 적용해 ‘마케팅 마이오피아(myopia)’라고 정의하고,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조직 또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초년생은 ‘연금 마이오피아’에 빠질 수 있다. 연금 마이오피아는 생각보다 더 오래사는 ‘장수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이 연금인데, 그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현재 소비 가치를 상대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사회초년생이 연금 투자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복리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세에 매월 30만원의 연금을 투자수익률 4%로 25년간 납입하는 경우와 40세에 가입해 15년간 납입하는 경우 납입원금의 차이는 3600만원이다. 그러나 납입원금에 매년 4%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때 55세 시점에 받을 수 있는 원리금은 각각 1억5420만원과 7400만원으로 무려 8000만여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빨리 시작한 사람의 원금에 25년간 이자가 복리효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은퇴는 누구에게나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다. 사회초년생은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연금으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김태우 한경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국제공인재무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