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은은 지시만 받았다" vs 임종룡 "충분히 협의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정한 뒤 산업은행을 압박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도 “대우조선 자금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정부 측 참석자들이 결정해놓고 ‘무조건 따르라’고 산은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당시 홍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인터뷰를 게재했다.

▶본지 6월4일자 A1면 참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를 맡고 있는 홍 전 회장은 다른 인터뷰에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원안을 결정했고 산은은 이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누군가는 대우조선 부실 구조조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8일 검찰이 본격적인 대우조선 관련 비리 수사에 들어간 것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일부에선 청와대와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당장 대우조선 추가지원 결정의 당사자로 지목된 청와대와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홍 전 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개인의 주장에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별관회의는 역대 정부에서도 모든 국가적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해온 비공식 협의체”라며 “거기서 논의된 내용을 일방적인 주장에 담아 폭로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통해 홍 전 회장에게 두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위원장도 이날 정부 구조조정 대책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구조조정과 관련해 매주 두세 차례 국책은행들과 협의했다”며 “산은은 (대우조선 등의) 실상을 잘 아는 주채권은행으로 (홍 전 회장이)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 자금지원 규모를 처음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결정을 무조건 따랐다는데 (제대로) 보고를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홍 전 회장과 금융위원장 중 누가 실세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태명/베이징=김동윤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