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타니 충전소 직원이 미라이 충전 포트에 수소 충전기를 꽂고 충전하고 있다. (사진=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이와타니 충전소 직원이 미라이 충전 포트에 수소 충전기를 꽂고 충전하고 있다. (사진=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 김정훈 기자 ] "수소차 완충까진 3분이면 충분합니다. 전기차의 오랜 충전시간 불편을 덜었지요."

지난 8일 일본 도쿄에 있는 수소연료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시내 중심가에 우뚝 솟아 있는 도쿄타워 옆에 에너지회사 이와타니가 운영하는 매장이다. 우리나라 주유소와 엇비슷한 형태를 갖췄으나 특이한 건 도요타의 수소연료차 '미라이'가 전시된 쇼룸도 있다. 이를테면 SK주유소에 현대차 쇼룸을 꾸민 것과 비슷한 풍경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와타니 충전소는 수소차 미라이의 시판 이후 들어섰다. 기자가 방문한 오후 3시께 남성 운전자가 미라이를 끌고와 충전소에 들렀다. 때마침 수소차 충전 방법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충전소 직원이 충전 플러그를 차에 꽂고 수소충전설비에 부착돼 있는 녹색 버튼을 눌렀더니 충전이 시작됐다. 운전자는 1.2㎏만 충전한 뒤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와타니 충전소 관계자는 "충전소 이용자 수는 하루 평균 13~14명 정도 된다"며 "미라이(도요타)와 클라리티(혼다) 운전자들이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아직은 관련 자격을 보유한 직원만이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셀프주유소와 같이 운전자가 직접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충전소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2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까지 운영된다. 현재 시판중인 미라이와 클라리티 수소차는 충전 플러그가 호환돼 매장에서 공용으로 충전기를 쓴다.

수소연료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없으며 전기차와 달리 외부의 전기 공급 없이 연료전지스택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켜 주행하는 차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이 물만 배출하는 100% 무공해 차량이다.
일본 에너지기업 이와타니가 도쿄 시내에 운영하고 있는 수소차 충전소. (사진=김정훈 기자)
일본 에너지기업 이와타니가 도쿄 시내에 운영하고 있는 수소차 충전소. (사진=김정훈 기자)
미라이는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650㎞를 달릴 수 있다. 운전에 따라 최장 7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 대비 강점은 짧은 충전시간이 꼽힌다. 완충까지는 3분이면 충분하다. 주유소에 들러 주유하듯 신속히 충전을 마칠 수 있다.

대신 전기차와 비교하면 충전 가격은 싼 편이 아니었다. 요금은 수소탱크에 들어가는 1㎏당 현지 가격으로 1100엔(약 1만2000원)에 거래됐다. 풀 충전까진 약 5㎏으로 우리 돈으로 6만원 정도 든다. 여러 에너지회사가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업체별로 ㎏당 가격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게 현지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일본 전역 수소차 충전소는 77개다. 이중 도쿄 등 수도권에 충전소 35곳이 운영중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 수소차 충전소를 늘리기로 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일본차 업체와 에너지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충전소 확충에 힘을 합치고 있다.

나카이 히사시 도요타 본사 기술홍보부장은 "충전소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수소연료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성과 제조사, 에너지회사들이 상호 협력해 마련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선 업체 간 경쟁보단 협업으로 수소차 시장을 확대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카이 부장은 수소차의 외부 충돌시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 "수소는 공기보다 가볍고 확산되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폭발시키기가 더 어렵다"며 "사고시 상대편 차량의 연소로 인해 수소탱크가 파괴된다 해도 수소가 녹아서 확산되도록 설계돼 폭발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