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아마존 정글'도 헤쳐나왔다…'유통제왕' 월마트, 끝없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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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의 비결
1962년 할인점 사업 진출
독자적 물류센터 만들고 인공위성 통신망까지 구축
재고비용 줄여 원가 절감
온라인몰 공격을 막아라
막대한 오프라인 매장 활용…아마존의 IT 강점 벤치마킹
세계 최대 유통업체 자리 지켜
1962년 할인점 사업 진출
독자적 물류센터 만들고 인공위성 통신망까지 구축
재고비용 줄여 원가 절감
온라인몰 공격을 막아라
막대한 오프라인 매장 활용…아마존의 IT 강점 벤치마킹
세계 최대 유통업체 자리 지켜
2011년 2월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통업체들, 아마존의 정글에서 허우적거리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바로 다음날 포브스는 ‘월마트, 아마존 정글에서 죽음’이라는 더 강한 표현을 썼다. 월마트가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밀려 결국은 파산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었다.
5년여가 지난 지금 월마트는 여전히 세계 최대 유통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821억달러(약 512조원)였다. 아마존(1070억달러)의 네 배 이상이다. 아마존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지만 월마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1962년 설립된 월마트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끊임없는 혁신과 필요하다면 경쟁회사 전략도 적극 모방하는 자세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류 혁신으로 K마트 꺾어
197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할인마트는 월마트가 아니라 K마트였다. 1899년 소규모 잡화점으로 창업해 1962년 할인점 사업에 뛰어든 K마트는 월마트나 시어즈를 압도했고, 모든 유통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사진)이 자서전에서 “K마트의 운영방식을 모방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으며 때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K마트는 2002년 1월22일 파산했다.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엔론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며 자금 조달마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월튼네’라는 작은 소매점을 하던 월튼은 1962년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월마트 매장은 K마트 등과의 경쟁을 피해 중소도시 외곽에 주로 자리했다. 경쟁은 덜했지만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공급업체도 멀리 떨어진 월마트 매장에 물건을 납품하기를 꺼렸다.
월튼은 효율적이고 믿을 만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길은 독자적인 배급망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1969년 본사가 있는 아칸소주 벤튼빌에 월마트 최초의 물류센터가 들어섰다. 1970년대엔 새로운 물류기법인 ‘크로스도킹’을 도입해 원가 측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크로스도킹은 제조업체 트럭이 물류센터로 싣고 온 상품을 즉시 월마트 트럭이 싣고 매장으로 나르는 개념이다. 상품이 창고에 머무르는 시간을 극도로 짧게 해 재고비용을 줄였다.
1980년대 들어선 직접 인공위성을 쏘며 위성통신망을 구축했다. 월마트 본사와 점포, 물류센터를 연결해 각 매장 판매실적을 실시간으로 상품 제조업체와 공유했다. 제조업체가 판매 동향을 관찰하면서 납품을 준비할 수 있게 돼 신속한 재고 보충이 이뤄졌다. 물품을 수송하는 트럭 1만8000여대의 움직임도 추적해 몇 시 몇 분에 점포에 도착할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저가 경쟁이 벌어지며 할인마트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지만 탁월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월마트는 끄떡없었다. 1989~1993년 5년간 월마트의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28.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1.2%에 달했다. 반면 K마트는 이 수치가 각각 8.1%와 13.8%에 그쳤다.
K마트는 월마트에 비해 재고관리 능력이 떨어졌다. K마트에 필요한 모든 제품이 완비돼 있는 경우는 전체 영업시간의 86%에 불과했다. 100시간 중 14시간은 고객이 찾는 물건이 없어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 비율이 9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반면 월마트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대규모 IT 투자로 아마존에 반격
월마트는 1991년 K마트 매출을 추월해 미국 1위 소매 유통업체가 됐다. 하지만 아마존의 등장은 월마트가 지난 25년간 차지한 ‘유통업계 제왕’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이미 아마존이 3420억달러로 월마트의 2219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아마존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298배에 이른다. 월마트 PER은 16배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미래 성장성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월마트가 그랬던 것처럼 물류와 배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 안에는 ‘키바’라 불리는 로봇이 상품을 이리저리 나른다. 이전엔 축구장 17개 크기와 맞먹는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하루 20㎞ 이상씩 걸어야 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미리 어떤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예측해 가까운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내주는 ‘결제 예측 배송’과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해 배송을 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등의 기술도 연구 중이다.
월마트도 대대적인 반격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월마트는 105억달러를 정보기술(IT) 부문에 쏟아부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구상 어떤 기업보다 큰 IT 투자액”이라고 했다. 올해에도 10억달러 이상을 전자상거래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오직 월마트만이 쓸 수 있는 전략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크고 작은 5200여개 월마트 매장이 무기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월마트 매장 16㎞ 내에 살고 있다. 월마트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시스템, 그리고 아마존의 강점인 IT 기술을 결합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선 고객이 픽업포인트에 차를 대면 월마트 앱(응용프로그램)이 신호를 보낸다. 미리 주문한 신선식품을 직원이 차로 갖다주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출발할 수 있다.
또 월마트 앱을 켜고 매장에 들어서면 앱이 고객의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매장의 할인행사와 신제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으로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제품에 대한 부가정보와 장바구니에 담긴 총액을 볼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5년여가 지난 지금 월마트는 여전히 세계 최대 유통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821억달러(약 512조원)였다. 아마존(1070억달러)의 네 배 이상이다. 아마존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지만 월마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1962년 설립된 월마트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끊임없는 혁신과 필요하다면 경쟁회사 전략도 적극 모방하는 자세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류 혁신으로 K마트 꺾어
197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할인마트는 월마트가 아니라 K마트였다. 1899년 소규모 잡화점으로 창업해 1962년 할인점 사업에 뛰어든 K마트는 월마트나 시어즈를 압도했고, 모든 유통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사진)이 자서전에서 “K마트의 운영방식을 모방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으며 때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K마트는 2002년 1월22일 파산했다.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엔론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며 자금 조달마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월튼네’라는 작은 소매점을 하던 월튼은 1962년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월마트 매장은 K마트 등과의 경쟁을 피해 중소도시 외곽에 주로 자리했다. 경쟁은 덜했지만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공급업체도 멀리 떨어진 월마트 매장에 물건을 납품하기를 꺼렸다.
월튼은 효율적이고 믿을 만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길은 독자적인 배급망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1969년 본사가 있는 아칸소주 벤튼빌에 월마트 최초의 물류센터가 들어섰다. 1970년대엔 새로운 물류기법인 ‘크로스도킹’을 도입해 원가 측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크로스도킹은 제조업체 트럭이 물류센터로 싣고 온 상품을 즉시 월마트 트럭이 싣고 매장으로 나르는 개념이다. 상품이 창고에 머무르는 시간을 극도로 짧게 해 재고비용을 줄였다.
1980년대 들어선 직접 인공위성을 쏘며 위성통신망을 구축했다. 월마트 본사와 점포, 물류센터를 연결해 각 매장 판매실적을 실시간으로 상품 제조업체와 공유했다. 제조업체가 판매 동향을 관찰하면서 납품을 준비할 수 있게 돼 신속한 재고 보충이 이뤄졌다. 물품을 수송하는 트럭 1만8000여대의 움직임도 추적해 몇 시 몇 분에 점포에 도착할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저가 경쟁이 벌어지며 할인마트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지만 탁월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월마트는 끄떡없었다. 1989~1993년 5년간 월마트의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28.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1.2%에 달했다. 반면 K마트는 이 수치가 각각 8.1%와 13.8%에 그쳤다.
K마트는 월마트에 비해 재고관리 능력이 떨어졌다. K마트에 필요한 모든 제품이 완비돼 있는 경우는 전체 영업시간의 86%에 불과했다. 100시간 중 14시간은 고객이 찾는 물건이 없어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 비율이 9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반면 월마트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대규모 IT 투자로 아마존에 반격
월마트는 1991년 K마트 매출을 추월해 미국 1위 소매 유통업체가 됐다. 하지만 아마존의 등장은 월마트가 지난 25년간 차지한 ‘유통업계 제왕’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이미 아마존이 3420억달러로 월마트의 2219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아마존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298배에 이른다. 월마트 PER은 16배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미래 성장성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월마트가 그랬던 것처럼 물류와 배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 안에는 ‘키바’라 불리는 로봇이 상품을 이리저리 나른다. 이전엔 축구장 17개 크기와 맞먹는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하루 20㎞ 이상씩 걸어야 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미리 어떤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예측해 가까운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내주는 ‘결제 예측 배송’과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해 배송을 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등의 기술도 연구 중이다.
월마트도 대대적인 반격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월마트는 105억달러를 정보기술(IT) 부문에 쏟아부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구상 어떤 기업보다 큰 IT 투자액”이라고 했다. 올해에도 10억달러 이상을 전자상거래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오직 월마트만이 쓸 수 있는 전략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크고 작은 5200여개 월마트 매장이 무기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월마트 매장 16㎞ 내에 살고 있다. 월마트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시스템, 그리고 아마존의 강점인 IT 기술을 결합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선 고객이 픽업포인트에 차를 대면 월마트 앱(응용프로그램)이 신호를 보낸다. 미리 주문한 신선식품을 직원이 차로 갖다주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출발할 수 있다.
또 월마트 앱을 켜고 매장에 들어서면 앱이 고객의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매장의 할인행사와 신제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으로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제품에 대한 부가정보와 장바구니에 담긴 총액을 볼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