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맡은 후 매출·영업익 4배 껑충
11세때부터 컴퓨터에 빠져
고교 시절 '컴퓨터 코딩'에 열중
계약관리시스템 개발해 팔기도
4개 버전 리눅스 쓰는 전문가
델타항공 2년만에 정상화
2005년 구조조정 책임자로 발탁
파산위기에 몰린 회사 회생시켜
즉각 오류수정 등 오픈소스 힘 간파
기업 상대 서버 OS사업 집중
리눅스 무료 제공…기술 지원 수익
클라우드 기술 발달 덕 성장 '쑥쑥'
제임스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에서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오픈소스 SW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가 부임한 2008년 이후 레드햇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4배 뛰어올랐다.
컴퓨터에 미친 ‘괴짜’
올해 50세인 화이트허스트 CEO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11살이던 1977년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애플II’를 내놓자 부모님을 졸라 가장 먼저 주문한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평생 취미이자 직업이 된 컴퓨터 코딩의 세계를 접했고, 고등학교 땐 계약서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주식 중개인들에게 팔기도 했다.
화이트허스트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라이스대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해 2001년까지 근무했다. 입사한 지 3년째에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2008년 레드햇에 입성하기까지 4개 버전의 리눅스를 이용한 수준급의 프로그래머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이미 오픈소스의 힘을 알고 있었다.
파산 신청한 델타항공 회생 이끌어
화이트허스트는 2001~2005년 델타항공에서 재무·운영 담당 상무로 일했다. 델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휩싸였던 2004년 이사회 의장에서 CEO로 돌아온 71세의 제럴드 그린스타인은 2005년 3월 파산을 신청하면서 화이트허스트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했다. 델타항공은 2년간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30% 이상의 임금 삭감과 복지혜택 축소로 총 10억달러 규모의 인건비를 감축했다.
고강도 구조조정 끝에 델타항공은 2007년 파산 보호에서 벗어났다. 델타항공은 2005년 2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07년 11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그린스타인 CEO가 흑자전환을 이끌고 물러나면서 화이트허스트도 델타항공에서 나왔다.
이후 그는 파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를 고사했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델타항공처럼 큰 회사에서는 80%의 시간을 자신을 방어하는 데 써야 한다”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이트허스트는 레드햇이 CEO를 채용한다는 소식에 지원했다. 당시 퇴임을 준비 중이던 매튜 쥴릭 CEO 앞에서 평소 준비해 온 레드햇 리눅스 관련 지식과 비전을 드러냈고, 바로 이듬해 레드햇의 CEO로 취임했다.
남들보다 앞서 오픈소스 OS에 집중
레드햇의 대표 제품인 서버 OS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를 비롯해 레드햇의 모든 제품은 오픈소스다. 세계 상위 100대 슈퍼컴퓨터 중 92대가 리눅스를 쓰고 있다. 레드햇은 RHEL을 공짜로 기업에 제공하고, 연 단위로 유상 기술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취한다. 오픈소스가 공짜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개발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화이트허스트는 레드햇 CEO로 임명되면서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버 OS 사업에 집중했다. 그는 “부임한 당시엔 전체 서버 OS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OS가 오픈소스인 리눅스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레드햇은 RHEL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기준 연평균 15% 성장했다. 최근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이 오픈소스 SW에 큰 호재로 작용하면서 레드햇의 성장세는 그칠 줄 모른다. 레드햇의 시가총액은 133억달러(약 15조원)에 이른다. 연 매출은 올해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허스트 CEO는 오픈소스를 추구하는 레드햇이 독점적 SW를 내놓는 다른 기업에 비해 앞으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구현해야 하는 서비스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즉각 오류를 수정하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오픈소스의 특징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IBM이나 오라클 같은 대규모 기업만 만들어내던 것에 유저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수천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설 문화’로 혁신 이끌어내
“나는 항상 레드햇의 직원들에게 내가 뭔가를 잘못 생각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면 나를 ‘바보’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레드햇은 이처럼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한 분위기 덕에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다.” 화이트허스트 CE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드햇만의 기업문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SW의 특성상 개발자들끼리 직설적인 대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이따위 걸 제품이라고 만들었느냐. 쓰레기 같다’는 식의 독설은 한국에선 낯설다. 하지만 이런 ‘독설 문화’ 덕에 레드햇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26위에 오를 수 있었다. 화이트허스트 CEO는 “비판에 너그럽고 의견이 충돌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문화와 오픈소스가 결합하면 미래를 주도하는 강력한 SW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