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25사단에서 열린 찾아가는 병영멘토링 행사에서 박용호 청년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과 멘토로 참여한 정인애 로보디자인 대표, 류선종 N15 총괄이사 등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청년위원회 제공
육군 제25사단에서 열린 찾아가는 병영멘토링 행사에서 박용호 청년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과 멘토로 참여한 정인애 로보디자인 대표, 류선종 N15 총괄이사 등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청년위원회 제공
“진로 설정은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살아오면서 기뻤던 일이나 즐거웠던 일, 슬프거나 싫은 일들이 뭔지 적어보면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경기 양주시 육군 제25사단 병영생활관 내무반. 국방부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2016년도 제5차 ‘찾아가는 병영멘토링’에 창업분야 멘토로 참여한 정인애 로보디자인 대표는 10여명의 장병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대학 시절 학과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겠느냐는 장병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디자인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정 대표는 “나도 처음에는 백화점 매장을 꾸미는 디자이너(VMD)를 꿈꿨지만 24세가 되면서 꿈이 바뀌었다”며 “20대에는 내가 뭘 잘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을 울리는 글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영멘토링은 특강과 분야별 간담회를 통해 군 장병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행사다. 내무반별로 병사 10여명과 함께하는 분야별 간담회에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인 ‘또래 멘토’들이 창업 해외진출 자기계발 문화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날 내무반을 찾아 간담회에도 직접 참석한 박용호 청년위원장 역시 다양한 탐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려면 여러 음식을 직접 먹어봐야 한다”며 “젊은 시절에 크게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러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좋은 책을 읽어보면 그 속에 저자의 인생이 들어있다”며 “군 생활 2년 동안 1주일에 책 한 권씩 읽으면 제대할 무렵 100명의 삶을 간접적으로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강을 한 스타트업 육성기업 ‘N15’의 류선종 전략총괄이사는 “군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확신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공군 항공통제병으로 근무하던 류 이사는 겨울철 폭설로 끊겼던 보급이 재개되면서 동료 병사들이 애인들로부터 받은 소포에 착안해 사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류 이사는 휴가 기간에 여성들이 군에 있는 애인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전문 인터넷 쇼핑몰 ‘곰신닷컴’을 창업했다. 제대 이후 은행원, 대기업 기획실 직원 등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직장에 취업하기도 했지만 류 이사는 또다시 창업의 길에 도전했다. 스타트업들의 창업을 돕는 기업을 운영하는 류 이사는 “군에서 만난 동기들이 지금도 우리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병 여러분의 동기 가운데는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들이 나올 테니 동기들과 많이 교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도 “군대는 한 조직의 막내에서 리더까지 다 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며 “동료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의 마지막은 문화공연이었다. 록밴드 에고펑션에러는 자작곡과 산울림의 ‘개구쟁이’ 등을 열창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이호성 25사단 헌병대 일병은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며 “군생활 동안 틈나는 대로 영어 단어라도 외우는 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양주=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