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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 송경동(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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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 송경동(1967~ )
    몇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中


    세상에게 몇 번 속아보면 요령이 생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푸시킨이 그랬듯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자. 그러면, 이제 다 끝이라고 생각될 때에도 가장 여린 초록이 보이고, 그 초록에서 바늘귀만 한 출구가 보인다. 산을 오르다 문득 정상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 정상에 광야의 세계가 있다고 치자. 그걸 보고자 하는 마음이 몸을 이끌고 갈 테니. 차라리 정상에 서서 세상 같은 것에게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 게 낫다. 그게 단 하루라도 상관이 없다. 저 산밑의 초록은 내 몸으로 들어와서 작은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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