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안정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경영권 인수를 위해 끌어 쓴 빚 부담이 결국 쌍용양회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다.

한국기업평가는 다음달 8일 쌍용양회의 3990억원 규모 유상증자 효과를 감안해 재무안정성 분석을 했으나 신용등급을 기존 ‘BBB+(안정적)’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영업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자기자본 규모가 30% 넘게 불어나는 대규모 유상증자임을 감안하면 예상외로 인색한 평가다. 쌍용양회의 자기자본은 지난 3월 말 현재 1조1800억원이다. 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3%에서 60%대로 떨어진다.

김영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등급 유지 배경에 대해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 부담 등으로 회사의 재무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배당성향을 크게 올리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4월 쌍용양회 경영권 지분을 804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로부터 3939억원을 빌렸다. 유상증자 참여 대금도 상당 부분 부채성 자금으로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시설 투자와 빚 상환이 공식 목적이지만 고배당을 앞두고 지분율을 확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이뤄지며 실권주는 미발행 처리한다. 한앤컴퍼니는 펀드를 통해 쌍용양회 지분 46.8%를 쥐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