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국부 유출?
검찰 "일본 광윤사 등으로 대거 자금 유출"
롯데 "영업이익 1%만 단순 배당한 것"
대홍기획 등 계열사도 동원?
검찰 "일감 몰아주기로 매출 부풀려"
롯데 "내부거래 비중 계속 줄고 있다"
○중국 사업 집중 조사
검찰은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작년 12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업무방해와 재물은닉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하면서 제출한 자료에서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한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이 비자금 조성의 핵심 고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4개 사업부가 한 개 회사를 구성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횡령 및 배임에 연루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롯데그룹에서 가장 이른 1990년대에 중국에 진출했다.
검찰은 중국 유럽 등에서 이뤄진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 과정도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 이명박 정부 시절 롯데는 거침없는 해외 M&A 행보를 했다. 롯데쇼핑은 2008년 홍콩 싱가포르에 잇따라 중간 지주회사를 완전 자회사(100%)로 설립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쇼핑홍콩지주에 1조3569억원을 투자해 중국 쑤저우, 웨이하이, 톈진, 선양 등에 있는 유통회사를 인수했지만 큰 손실을 봤다. 2014년 3439억원, 지난해 4304억원 등 지난 2년간 순손실이 7700억여원에 달한다.
2010년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Lucky Pai)를 인수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중국 기업 M&A 때와 달리 롯데그룹은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LHSC)를 세워 럭키파이를 인수했다. 롯데쇼핑홍콩지주(51%), 롯데쇼핑(16.02%) 등 계열사를 통해 LHSC에 1900억원가량을 투자해 지분 91.14%를 확보했다.
LHSC는 롯데 자금을 바탕으로 럭키파이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상하이에 있는 정보기술(IT)업체 등 10여개사를 추가로 사들였다. LHSC의 자본금이 1957억원에 이르는 반면 작년 말 기준 자산은 30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순손실만 1634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롯데는 “여러 계열사들이 중국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한 건 사실이지만 M&A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났을 수 있어도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부 유출도 수사 대상
검찰은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통해 대규모 배당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일본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이 호텔롯데 지분 99.28%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지분 구조 속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차명주식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으로 조성됐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부 유출 논란이) 횡령·배임과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롯데 측은 “주주 배당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2014년 영업이익 3조2000억원 중 일본 주주사에 배당된 돈은 341억원으로 약 1%에 불과하다”며 “배당 외에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차명주식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할 말이 없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기업 내부 시스템 구축·운영회사인 롯데정보통신과 광고계열사 대홍기획 역시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거래와 ‘매출 부풀리기’ 등을 통해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의 86.7%를, 대홍기획은 58.8%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롯데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경쟁사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홍기획의 내부거래 비중이 92.1%였던 2010년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박한신/강진규/정인설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