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롯데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대표 등 24명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했다.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과 관련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출금자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 세 명을 출금 조치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세 명과 지난 10일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6개 계열사의 전·현직 CEO들도 모두 출금됐다.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 최종원 전 대홍기획 대표, 김선국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 등이다.

검찰은 롯데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고 보고 중국 사업과 관련된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도 출금 명단에 올렸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롯데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중국 사업을 시작한 회사다. 이 밖에 중국 및 해외 투자를 많이 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도 출금됐다.

검찰은 다른 혐의가 나오면 출금자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출금 조치 전에 출국한 신 회장과 소 사장은 국내로 들어오는 대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멕시코 칸쿤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석한 뒤 미국 댈러스로 건너가 현지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신 회장은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롯데케미칼 에탄가스 분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다. 이어 이달 말 일본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까지 마친 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신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자 L씨와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 등 세 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정인설/박한신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