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전경. 사진=호텔롯데 홈페이지 갈무리
호텔롯데 전경. 사진=호텔롯데 홈페이지 갈무리
호텔롯데가 결국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 철회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사라졌다며 관련주에 보수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13일 호텔롯데는 "최근 대내외 현안 등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호텔롯데가 그룹에서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등 지배구조 개선책을 밝혔다. 이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80% 해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쇼핑롯데제과 등에 수혜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서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지분을 취득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자금을 자신이 보유한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의 상장을 통해 마련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신 회장은 코리아세븐과 롯데정보통신의 지분을 각각 8.9%와 6.82%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도 이들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어, 상장시 보유지분 가치 재평가가 기대됐다. 롯데쇼핑은 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 지분을 각각 51.14%와 38.68%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코리아세븐 16.50%, 롯데리아 13.59%, 롯데쇼핑 7.85%, 롯데정보통신 6.12%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계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물거품이 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계열사의 추가 상장이 기대됐던 상황"이라며 "이에 롯데쇼핑 등의 가치가 재평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 철회로 가치 재평가의 연결고리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본업 또한 부진해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분기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했다. 매출은 7조1788억원으로 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결 자회사인 하이마트와 홈쇼핑 등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편 롯데쇼핑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만2000원(5.38%) 떨어진 2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제과도 5% 이상 급락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