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2016 디토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첼리스트 문태국(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피아니스트 한지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크레디아 제공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2016 디토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첼리스트 문태국(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피아니스트 한지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크레디아 제공
“나는 ‘운명’이란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운명에 굴복해선 안 된다.”

영원한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에게 운명은 그런 것이었다. 30세가 되기 전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은 베토벤은 크나큰 불행 앞에서 고통스러워했다. 청력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폐, 간, 신장 질환은 물론 심각한 우울증에도 시달렸다. 동생에게 유서까지 남길 정도로 그는 힘들어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도 그의 음악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베토벤은 이를 딛고 일어나 불후의 명곡들을 작곡했다. 마치 ‘운명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5번이 깊은 고뇌의 선율로 시작됐다가 열정과 환희를 표현하며 마무리되는 것처럼 말이다.

◆베토벤, 그 한계에 도전하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극심한 고통과 이를 넘어서는 강렬한 의지. 200여년이 지난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음악가들은 그런 베토벤의 음악을 어떻게 풀어낼까.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축제 ‘2016 디토 페스티벌’에 국내외 유명 젊은 음악가가 모여 베토벤의 고뇌와 의지가 담긴 선율을 들려준다. 지난 12일 막을 올린 이번 축제의 주제는 ‘베토벤: 한계를 넘어선 자’.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을 맡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며 “고난을 극복하고 세상을 바꾼 음악들을 만든 그의 삶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다. 용재 오닐과 제임스 에네스(바이올린),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바이올린), 로버트 드메인(첼로)으로 구성된 ‘에네스 콰르텟’은 오는 25일과 26일, 다음달 1일과 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모두 6회에 걸쳐 14곡에 달하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연주한다.

단단하면서도 신선한 풋사과 같은 느낌을 주는 초기작 18번(작품번호), 청력을 거의 잃었을 당시 지은 59번,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표현한 130번 등 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용재 오닐은 “(전곡 연주는) 25년 전부터 꿈꿔온 크나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곡을 들어보면 베토벤은 자신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별들이 전하는 따뜻한 감성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별들의 전쟁: 베토벤 에디션’에는 용재 오닐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스티븐 린(피아노)으로 구성된 ‘앙상블 디토’와 피아니스트 임동혁,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베토벤의 삼중협주곡과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재키브는 “베토벤의 음악엔 저항과 고통의 감정이 많이 담겨 있지만 이 곡들은 오히려 밝고 화사하다”고 설명했다.

유망주들의 베토벤 리사이틀도 LG아트센터에서 잇달아 펼쳐진다. 문태국(첼로) 문지영(피아노)의 듀오 리사이틀(15일), 바이츠 퀸텟의 목관 오중주 공연(16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독주회(17일) 등이다. 신지아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과 9번 ‘크로이처’ 등을 들려준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이 거칠다고만 생각하는데 정작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듣고 큰 행복을 느끼길 바랐던 것 같다”며 “바이올린 소나타로 그의 따뜻한 감정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3만~15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