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 KAIST 명예교수 "무에서 기적 일군 한국의 과기(科技)정신 심을 것"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일하러 간다 하니 ‘잘됐다’ 하는 분도 있고, ‘고생 많겠다’ 말씀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500m 지대고, 연평균 기온이 24~25도의 온화한 날씨예요. 귀국하고 나니 한국이 더 덥던 걸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 부설 특수대학인 ‘아디스아바바과학기술원(AAIT)’의 신임 원장으로 임명된 이인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67·사진)는 최근 에티오피아에 다녀왔다. 그는 “오는 8월 취임 예정이라 현지 상황을 파악하며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인 학자로서 에티오피아 최고의 과학교육기관 원장이 된 만큼 그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정말 무겁지만 보람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교수는 “에티오피아는 처음부터 KAIST를 주시해왔고, AAIT를 KAIST처럼 발전시키고 싶어한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한국 첨단 과학기술 교육 현장인 KAIST를 참고해 AAIT를 육성하려고 KAIST에서 원장을 영입하려 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아디스아바바대, AAIT에서 원장 선임을 위해 지난해부터 KAIST에 계속 접촉해 왔습니다. 후보로 나선 KAIST 교수들이 저 말고도 몇 명 더 있었죠. 제 전공이 항공우주공학과고, 중국 난징항공항천대 명예교수와 미국항공우주학회 이사 등 해외 활동을 활발히 한 게 장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항공우주공학 부문은 기계공학과 재료공학, 전산, 통신 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가 모여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운영하는 데 폭넓은 시각을 갖출 것이라 본 게 아닐까 합니다.”

그는 “AAIT는 1953년 설립됐으며 에티오피아에선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모이는 명문으로 손꼽힌다”며 “학생들의 영어 구사력도 뛰어나고 연구 능력이 출중해서 인적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연구 설비와 장비 등은 여전히 열악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 내 전력망, 전산망이 아직 부족합니다. AAIT 안에도 인터넷 시설이나 데이터 관리 서버 시설이 불충분해요. 에티오피아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국 대기업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기금을 지원받길 희망합니다.”

이 교수의 목표는 AAIT 졸업생을 지한파로 키워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 과학 교류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그는 “AAIT에서 진정 신뢰를 얻는 외국인 원장으로 인정받고 싶다”며 “이곳을 졸업하는 사람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유럽 기업 및 기관의 요직에 진출하는 만큼 지금부터 교류 강화를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지금도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이 너무 늦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동아프리카의 대국 중 하나입니다. 현지에서 필요한 과학 부문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단계적 협력을 실행해가야 합니다.”

대전=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