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콜버스는커녕…전기자전거도 맘대로 못 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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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에도 없는 이런 규제 없애라 (1) 신산업 규제
3D 프린터 의료용 기준 없고 익명정보 못써 빅데이터는 말뿐
수소차 충전소 전국 10개뿐…설치기준 없어 일본의 8분의 1
원격진료, 의사들 반대에 막혀…환경·에너지분야도 곳곳 '대못'
3D 프린터 의료용 기준 없고 익명정보 못써 빅데이터는 말뿐
수소차 충전소 전국 10개뿐…설치기준 없어 일본의 8분의 1
원격진료, 의사들 반대에 막혀…환경·에너지분야도 곳곳 '대못'
“한국에선 법에 근거가 없으면 불법이다. 창조적 행위는 해당 법규가 없고, 해당 부처가 없다. 그래서 모든 신산업이 불법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설명이다. 한국에선 허용되는 신사업이 거의 없다. 되는 것만 규정하는 ‘포지티브’식 규제 때문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는 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16가지 신산업 관련 규제를 조사한 결과 10가지는 한국에만 있는 규제였다. 김진국 한국규제학회장은 “한국의 규제는 신산업 분야에서 특히 이웃 나라에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되는 게 없는 신산업
수소연료전기차(FCEV)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차로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다. 세계에서 현대자동차 도요타 혼다만이 개발했을 정도로 기술에선 앞서 있지만 정부 지원 및 인프라에서 일본 중국에 뒤처진다. 보급 확대에 필수적인 한국 내 충전소 수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일본의 80여개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다. 규정이 없을 경우 사실상 설치가 어려운 게 한국이다. 일본은 수소충전시설을 기존 주유소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 병설할 수 있으며, 중국도 전기차 충전소와 기존 주유소에 함께 설치할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다. 빅데이터 분석은 소비자 정보를 기본으로 한다. 물론 프라이버시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해 써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익명으로 된 위치정보도 쓸 수 없다. 보호대상으로 분류돼 수집·이용에 제한이 있어서다. 사람뿐 아니라 위치정보까지 규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스마트폰·자동차와 같은 물건의 위치정보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많은 빅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쓸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교통은 신사업의 근간이다. 도시가 커지고 교통량이 많아지자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가 뜨고 있다. 자율주행차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교통 관련 신사업은 어렵다. 구글이 4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험해온 자율주행은 지난 3월 처음 허용됐다. 하지만 우버는 금지됐고,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버스공유서비스 콜버스는 아직도 표류 중이다.
전기자전거도 한국에선 맘대로 타면 안 된다. 중국 일본과 달리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오토바이 면허가 필요하다. 중국은 시속 20㎞, 무게 40㎏ 이하라면 면허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전기자전거에선 힘을 못 쓰는 이유다.
◆건강 의료는 기득권에 꽁꽁
건강 의료사업도 꽁꽁 묶였다. 고령화시대 헬스케어사업은 미래사업으로 손꼽히지만, 한국에선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중국 일본이 허용한 원격진료는 의사들의 반대로 불가능하다. 의료기관 간 의료정보 공유도 막아놨다.
비(非)의료인의 헬스케어서비스도 불법이다. 중국 일본에선 생명보험회사 등이 보험과 건강관리, 식단관리, 상담모니터링 등을 결부한 토털헬스케어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 보험회사들은 의료법 위반으로 걸린다.
의족 의수 인공장기 등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의료용 기구 제작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3D 프린터의 성능 및 출력물에 대한 인증기준이 없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3D 프린터를 사무용품과 동일하게 봐 전기적 안정성만 확인한다. 재료와 출력물 성능, 안전성까지 검증해 의료용으로 쓸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일본과 대조적이다. 덕분에 미쓰비시화학미디어, 유니치카, JSR 등은 의료용 3D 프린터 소재에서 앞서가고 있다.
줄기세포 개발은 황우석 사태 이후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중요한 게 신선한 난자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받거나 돈을 주고 사는 행위는 막혀 있다. 기증받을 수는 있지만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가 엄격하게 심사한다. 자발적 난자 제공도 불법이다. 사실상 냉동보관 난자, 미성숙 난자, 비정상적 난자 등만을 쓸 수 있다. 중국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시험관 수정 후 남은 잉여 난자의 연구용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에너지도 규제 탓에 성장 어려워
환경·에너지 분야도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열원(熱源)으로 꼽히는 히트펌프는 공기 물 지열 등에서 열을 얻는 방식으로 일본 유럽 등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지원한다. 하지만 포지티브 방식(원칙 금지, 예외 허용)으로 신재생에너지 유형을 정해 놓은 한국에선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한다.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비상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전력피크 억제, 전력품질 향상 등 다른 장점도 크지만 그동안 비상전원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일본이 비상전원 사용을 인정하자 정부도 비상전원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설명이다. 한국에선 허용되는 신사업이 거의 없다. 되는 것만 규정하는 ‘포지티브’식 규제 때문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는 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16가지 신산업 관련 규제를 조사한 결과 10가지는 한국에만 있는 규제였다. 김진국 한국규제학회장은 “한국의 규제는 신산업 분야에서 특히 이웃 나라에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되는 게 없는 신산업
수소연료전기차(FCEV)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차로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다. 세계에서 현대자동차 도요타 혼다만이 개발했을 정도로 기술에선 앞서 있지만 정부 지원 및 인프라에서 일본 중국에 뒤처진다. 보급 확대에 필수적인 한국 내 충전소 수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일본의 80여개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다. 규정이 없을 경우 사실상 설치가 어려운 게 한국이다. 일본은 수소충전시설을 기존 주유소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 병설할 수 있으며, 중국도 전기차 충전소와 기존 주유소에 함께 설치할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다. 빅데이터 분석은 소비자 정보를 기본으로 한다. 물론 프라이버시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해 써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익명으로 된 위치정보도 쓸 수 없다. 보호대상으로 분류돼 수집·이용에 제한이 있어서다. 사람뿐 아니라 위치정보까지 규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스마트폰·자동차와 같은 물건의 위치정보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많은 빅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쓸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교통은 신사업의 근간이다. 도시가 커지고 교통량이 많아지자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가 뜨고 있다. 자율주행차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교통 관련 신사업은 어렵다. 구글이 4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험해온 자율주행은 지난 3월 처음 허용됐다. 하지만 우버는 금지됐고,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버스공유서비스 콜버스는 아직도 표류 중이다.
전기자전거도 한국에선 맘대로 타면 안 된다. 중국 일본과 달리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오토바이 면허가 필요하다. 중국은 시속 20㎞, 무게 40㎏ 이하라면 면허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전기자전거에선 힘을 못 쓰는 이유다.
◆건강 의료는 기득권에 꽁꽁
건강 의료사업도 꽁꽁 묶였다. 고령화시대 헬스케어사업은 미래사업으로 손꼽히지만, 한국에선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중국 일본이 허용한 원격진료는 의사들의 반대로 불가능하다. 의료기관 간 의료정보 공유도 막아놨다.
비(非)의료인의 헬스케어서비스도 불법이다. 중국 일본에선 생명보험회사 등이 보험과 건강관리, 식단관리, 상담모니터링 등을 결부한 토털헬스케어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 보험회사들은 의료법 위반으로 걸린다.
의족 의수 인공장기 등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의료용 기구 제작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3D 프린터의 성능 및 출력물에 대한 인증기준이 없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3D 프린터를 사무용품과 동일하게 봐 전기적 안정성만 확인한다. 재료와 출력물 성능, 안전성까지 검증해 의료용으로 쓸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일본과 대조적이다. 덕분에 미쓰비시화학미디어, 유니치카, JSR 등은 의료용 3D 프린터 소재에서 앞서가고 있다.
줄기세포 개발은 황우석 사태 이후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중요한 게 신선한 난자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받거나 돈을 주고 사는 행위는 막혀 있다. 기증받을 수는 있지만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가 엄격하게 심사한다. 자발적 난자 제공도 불법이다. 사실상 냉동보관 난자, 미성숙 난자, 비정상적 난자 등만을 쓸 수 있다. 중국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시험관 수정 후 남은 잉여 난자의 연구용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에너지도 규제 탓에 성장 어려워
환경·에너지 분야도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열원(熱源)으로 꼽히는 히트펌프는 공기 물 지열 등에서 열을 얻는 방식으로 일본 유럽 등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지원한다. 하지만 포지티브 방식(원칙 금지, 예외 허용)으로 신재생에너지 유형을 정해 놓은 한국에선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한다.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비상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전력피크 억제, 전력품질 향상 등 다른 장점도 크지만 그동안 비상전원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일본이 비상전원 사용을 인정하자 정부도 비상전원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