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암반 규제' 박살낸다
지난 2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경제 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 등 5개 주요 정책안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이 중에는 민박 허용, 인가 탁아소 지정 요건 완화 등 올해 규제개혁 시행계획도 들어 있다. 지난달 총리 자문기구인 규제개혁회의가 제출한 80여건의 규제 완화와 제도 재검토 방안이 핵심이다.

2012년 말 아베 총리 집권에 맞춰 2013년 1월 출범한 규제개혁회의는 ‘암반 규제’ 타파의 산파역이다. 우에다 마사나오 일본 게이단렌 산업정책본부장은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장전략을 실현하는 핵심이 규제 개혁”이라며 “아베 총리가 직접 챙기면서 과거에는 손도 대지 못하던 농업, 노동, 의료 분야까지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 들어 역대 정권들이 이해관계 상충으로 쉬쉬했던 분야까지 규제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올 정기국회에서는 기업이 농업생산법인 지분을 50% 이상 출자할 수 있는 국가전략특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실상 기업의 농지취득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의료나 노동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등에 의한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2013년부터는 일반의약품 등의 인터넷 판매도 가능해졌다. 지난해 9월엔 최장 3년으로 정해졌던 파견노동자의 파견 기간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노동자 파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정비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법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위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드론(무인항공기)특구, 자율주행차특구 등을 지정해 특구에서는 관련 실증 실험이나 사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구 내 상황을 점검해 전국적인 규제 완화로 연결하기 위한 시험무대다.

기존 산업을 해온 사업자와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에도 일본 정부는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우에다 본부장은 “기존 사업자가 적용받는 규제도 함께 완화해 신규 사업자와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며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혁신 기술의 활용을 가로막는 지나친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 =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 =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