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푼다지만…드론 택배 이미 늦었다"
드론(무인항공기) 제조업체 바이로봇은 올해 말 개발될 예정인 산업용 드론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처음 날린다. 거리 제한 등 드론 비행과 관련된 규제가 훨씬 적어서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에서 만난 홍세화 바이로봇 공동창업자(사진)는 “회사에 투자하기로 한 중국 기업이 언제쯤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험하기 위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자주 문의해 온다”며 “한국 정부가 드론 택배와 관련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건 다행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바이로봇은 조작자들이 상대의 드론을 가상으로 격추할 수 있는 ‘게임형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해당 제품인 ‘드론파이터’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7000대가 팔려 단일 모델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1년 바이로봇을 세운 홍 창업자는 “한국에서 택배용 드론을 실험하려면 먼저 정부의 계획에 따라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고 다음 단계로 해당 서비스를 하겠다는 유통업체가 나타나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바이두 등이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보다 두 단계 앞서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유통회사들은 드론 택배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드론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바이로봇 등 한국 업체에 투자 제안을 해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홍 창업자는 드론과 같은 신산업에서는 정부 규제가 초반 승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거듭하며 시행착오를 쌓아야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중국 드론 업체들은 한국 업체와 비교해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드론 관련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날려서는 안 된다’는 등의 조건만 지키면 드론 운행에 제한이 없다. 드론 택배에 대한 규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홍 창업자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 매출을 쌓아야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을 텐데 한국은 시장이 작은 데다 규제환경도 뒤처져 여의치 않다”며 “DJI 등 중국 업체들은 이미 한국 시장의 90%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홍 창업자는 그러나 한국 기업도 순발력 있게 대응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새롭게 열리는 시장인 만큼 이런저런 요구에 특화된 드론을 생산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바이로봇이 ‘게임형 드론’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거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9개

드론 택배를 허용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규제 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드론 택배 허용’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선 국토교통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항공법 시행규칙, 주파수 고시, 항공촬영지침 등 총 9개 규정을 고쳐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