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달 1일부터 법률시장이 3차로 개방된다. 제한적이나마 법상으로는 한국 로펌과 영국 로펌 간 합작이 허용되고 합작로펌의 한국변호사 채용도 가능해지는 등 법률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에 맞서 국내 로펌들은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왔을까. 시리즈로 소개한다.

[Law&Biz] "김앤장 비밀병기는 국제법연구소…수조원대 ISD에 승부"
“세계 50대 로펌에 진입하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시장 3차 개방을 앞두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앤장은 세계적 법률전문지인 아메리칸로이어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로펌 순위에서 2014년 95위, 2015년 71위에 올랐다. 세계 100위 안에 든 국내 로펌은 김앤장이 유일하다.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사진)는 “한국 로펌도 이제는 세계적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법률시장이 개방돼 완전 경쟁체제에 들어간 만큼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전문성 측면에서도 영미 로펌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진출 자문과 국제소송에 집중

법률시장 개방 대응카드로 김앤장에서 꺼내든 ‘히든카드’는 국제법연구소다. 최근 ‘김앤장 국제법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으로 권오곤 전 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을 전격 영입했다. 권 소장은 사법연수원 9기 출신으로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01년부터 10여년간 ICTY에서 상임재판관과 부소장을 지냈다. 한국과 해외의 사법체계 차이를 경험한 몇 안 되는 국제법 전문가다. 김앤장 입장에서는 국제법 맨파워를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김앤장은 법률시장 개방 이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나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 하노칼 사례처럼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ISD(투자자국가소송)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조원대의 국가소송에서 대리인으로 선임되려면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 권 소장은 “국제법연구소를 통해 국제사법체계 및 ISD 등 국제소송 사례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해 기업의 해외진출 및 투자활동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장의 끈 놓지 않겠다”

3단계 개방이 김앤장에 당장은 ‘큰 위기’로 와닿지는 않는 분위기다. 2012년 첫 개방 이후 26개 영미계 로펌들이 사무소를 열었지만 “국내 로펌들이 흔들릴 정도로 시장을 잠식한 것은 아니다”는 평가다. 국내 진출 이후 외국로펌들의 기업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실적이 크게 호전됐지만 예견된 수준이라는 것. 그럼에도 3차 개방에 돌입한 만큼 긴장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재후 대표는 전문성 등 김앤장의 강점을 더욱 살려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앤장이 한국 대표 로펌의 지위를 유지해온 요인으로 우수한 인재들의 팀플레이로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와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꼽을 수 있다”며 “글로벌 로펌 수준의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철저하게 고객중심주의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수준은 ‘세계 10대’

김앤장의 사회공헌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이다. 아시아로펌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3년간 영국의 세계적 법률 전문 매체인 후즈후리걸(Who’s Who Legal)이 선정하는 ‘사회공헌 세계 10대 로펌’에 뽑혔다. 공익활동 분야도 다채롭다. 지난 4월 사회공헌위원회는 목영준 위원장을 주축으로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해 동화낭독에 참여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다문화가정 법률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국내 전문가그룹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