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가 이공계 신흥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한 학년 수만 275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명과학대학을 내년에 설립할 계획이다. 지능형 로봇 등 융·복합 분야 육성을 위해 5년제(4+1) 학·석사 통합과정을 서울 사립대(의대 제외) 중에선 처음으로 도입한다. 강의실을 토론이 가능한 ‘콜로세움형’으로 바꾸는 등 각종 교육실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흥의 깃발 올린 건국대

건국대는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았다. 1959년에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축산대학을 세웠다. 이후 농축산 분야의 명문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 충주에 제2캠퍼스를 짓고, 2005년엔 건국대병원을 개원했다. 발전속도가 빠른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산업패러다임이 변하면서 변화가 필요했다.

건국대는 변화의 계기를 기초학문 강화와 공대 혁신에서 찾았다.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의 호를 따 지난해 상허교양대학을 세운 게 첫 번째 시도다. 전체 신입생이 듣는 교양과목을 철저하게 관리, 신설과 퇴출을 시대 상황에 맞게 신속하게 하자는 취지다. 강사 대신 전임 교원이 수업을 맡도록 한 것도 타 대학과는 다른 특징이다. 건국대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한 민상기 건국대 교학부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은 튼튼한 기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공대 혁신을 위한 건국대만의 청사진이 정부로부터 호평을 받아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선정 사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학계열 정원을 533명 더 늘리고, 융합과학기술원을 신설하는 등 대규모 변화를 단행한다는 것이 혁신의 골자다. 건국대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지원금 480억원을 받게 돼 그야말로 ‘중흥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공계 통합, 대형 단과대 체제로

공대 변화는 특성화와 융·복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내년 초 신설 예정인 상허생명과학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3개의 단과대에 흩어져 있던 학과를 통합하면서 축산식품생명공학, 동물자원과학, 식품유통공학, 식량자원과학, 환경보건과학, 산림조경학, 생명과학특성학과 등 7개 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학년당 학생 수 275명에 전임 교수진만 50여명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다. 학교 관계자는 “건국대는 전통적으로 농림축산, 유전자 복제가 강했다”며 “기존 학과의 벽을 허무는 융합 교육프로그램 개발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U융합과학기술원도 내년에 새로 설립된다. 줄기세포재생공학, 의생명공학, 화장품공학, 미래에너지공학, 스마트ICT융합공학, 스마트운행체공학, 시스템생명공학, 융합생명공학과 등 8개 학과가 배치돼 신입생 333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학부와 대학원과정을 연계한 ‘4+1 학제’다.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만큼 혜택도 풍성하다. 석사과정 1년에 대해선 모든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학부과정에선 신입생 입학금이 100% 면제된다. 이외에 학생 전원에게 도서구입비와 연구지원비 명목으로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학교 관계자는 “신설될 학과들은 드론(무인항공기), 미래형 자동차, 지능형 로봇,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신성장산업 분야에서 일할 인력을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보통신대도 소프트웨어융합학부로 재탄생한다. 기존 인터넷·미디어공학과는 소프트웨어학과로 확대 개편하고, 컴퓨터공학과 규모도 늘려 총 143명의 소프트웨어융합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게 건국대의 계획이다. 공학계열도 한데 모아 12개 학과에 총 정원 699명의 대형 공학대 체계로 운영할 예정이다.

박동휘/박상용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