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식음료주, 신선도 되찾을까
요즘 힘을 쓰지 못하는 식음료주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투자자의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식음료주는 ‘쿡방(요리 방송) 열풍’과 경기방어주 성격의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는 데다 일부 대표 종목에 공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발목’이 단단히 잡힌 모습이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식음료주는 주가 하락률이 큰 종목에 집중 포진했다. 무학(-5.87%) 풀무원(-4.94%) 롯데칠성(-3.93%) 해태제과식품(-3.85%) 삼립식품(-3.43%) 등 업종 대표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다. 대다수 식음료주는 이날뿐 아니라 지난 5월 중순 이후 약 한 달간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달 13일까지 최근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0.6% 소폭 상승할 동안 음식료 업종지수는 5.1% 하락했다.

올해 전체로 시야를 넓혀 봐도 대다수 식음료주 주가는 지난해 고점보다 크게 떨어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공식품·제과·주류·유제품·수산품 등 식음료 업종 내 주요 품목을 가리지 않고 대표 종목이 모두 부진했다. 최근 한 달간 롯데제과(-21.1%) 크라운제과(-13.1%) 매일유업(-9.0%) 롯데칠성(-8.0%) CJ제일제당(-6.6%) 농심(-6.3%) 동원산업(-5.0%) 등의 주가가 떨어졌다.

식음료주가 집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강세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우선 꼽힌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달 초 음식료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 정도였다. 지난해 PER이 22배까지 올라간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시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그 결과 올 1분기 기관의 식음료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삼립식품 매일유업 등 일부 종목은 공매도 비중 상위종목에 꼽히기도 했다.

식음료주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올 들어 빠르게 오르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주 국제 상품시장에서 원당 가격은 전주 대비 9.2%, 밀은 5.1%, 콩은 2.8%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60%대 오른 가격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식음료주가 작년에 비해 고평가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는 기회는 갈수록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식음료주 내에서 경쟁이 적은 분야나 시장을 선점한 종목,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머문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치호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식음료주가 오랫동안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전반적으로 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상황”이라며 “국순당처럼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으면서 주가도 저평가된 종목을 잘 살펴볼 것”을 권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