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6월15일자 ‘중국 일본에도 없는 이런 규제 없애라’란 기획기사에서 대표적 핀테크(금융+기술)인 개인 간 거래(P2P) 대출업을 대부업으로 묶어 규제하는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랬더니 금융위원회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따졌다. 그의 해명은 일부 맞다. P2P 대출을 규제하지 않아 누적 대출잔액이 355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성장한 중국에서도 사기횡령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일부 규제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누적 대출잔액이 1000억원도 안되는 한국에서 규제부터 가해 P2P 대출업의 싹을 자르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사기횡령이 일어나면 형법 등 현행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왜 시작도 못하게 규제부터 하느냐는 게 벤처업계 지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이 5년 전부터 자율주행차의 시험주행을 허용한 건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봐서가 아니다. 사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 발전이 국민 편익을 높인다고 판단해서다. 편익을 증가시킨다면 우선 허용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면 이를 줄일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게 미국이다.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밸리’가 된 배경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도의 국민 편익 여부를 따지기 전에 부작용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수많은 비난을 받고서야 지난 2월 첫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면허를 내준 이유다. P2P 대출뿐 아니라 드론 택배, 익명 위치정보의 빅데이터 활용, 3차원(3D) 프린터 의료분야 사용,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이 다 마찬가지다. 신산업이 성장하기엔 척박한 환경이다.
한경의 이런 지적에 총리실은 ‘기사에 나온 대부분 사항에 대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해명 자료를 냈다.
정부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으로 푸드트럭을 허용했다. 하지만 취재해 보니 등록한 푸드트럭의 폐업이 속출하고, 상당수는 불법 상태로 남아 있었다. 제도로는 허용했지만, 푸드트럭의 영업구역 등을 강제해서다. 정부는 규제를 풀었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총리실이 낸 해명 자료대로 대부분 규제가 실제로 속속 풀리길 바란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