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처벌' 눈높이 다른 검찰·법원
법원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구조조정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1억원 규모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내부자거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지만 구속은 피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최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공개정보 이용 범죄의 특성상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도 완벽한 증거를 내세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구속영장 기각’이란 결과는 맞혔지만 기각 이유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김선희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하면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보인다”며 “하지만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증거가 부족해서 기각한 게 아니라 이미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기각한다는 의미다.

서울남부지검은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을 종잡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얼마 전 삼성테크윈 콜마비앤에이치 등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3억원 이상을 챙겨 구속된 사례가 여러 건 있다”며 “손실 회피 규모가 10억원 이상인 이번 사건에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증거가 충분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는 법원 판단 기준에선 사실상 구속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남부지검은 추가 조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과 서울남부지법의 불협화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2월 금융수사 중점청으로 지정된 이후 검찰과 법원의 온도 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소속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증권 범죄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지만 법정에선 내부자거래 범죄에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검이 내부 정보를 미리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한 CJ E&M 직원 3명과 애널리스트 2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같은 자본시장법을 두고 검찰과 법원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검찰과 법원이 상호 협력하면서 증권범죄에 대해 눈높이부터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지식사회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