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000대…전동카트가 47년 발효유 기업 싹 바꿨다
2014년 12월 한국야쿠르트는 배달용 전동카트를 도입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편의성과 활동성을 높여 방문판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비용 대비 효율을 문제 삼았다. 전동카트는 한 대에 800만원이다. 발효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보다는 비용을 아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오는 17일 인천 경인지점 인하점에 근무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권미경 씨에게 5000번째 전동카트가 지급된다. 전동카트 5000대 돌파는 전동카트 시스템을 도입한지 1년7개월 만의 일이다. 가장 큰 변화는 매출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걸어다니는 수고를 덜고 소비자 영업에 집중하면서 정기 배달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구지역에서 활동 중인 야쿠르트 아줌마 임영순 씨의 경우 전동카트 사용 전보다 월 매출이 평균 30%가량 늘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도입 시기에 따라 수치가 다르지만 전동카트를 사용 중인 야쿠르트 아줌마 대부분이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매출 최대 30% 늘어

전동카트 도입 전 한국야쿠르트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발효유 시장이 줄어들면서 몇 년째 매출이 정체됐다. 한국야쿠르트는 2008년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한 기업이었다. 팔도와 법인 분할 이후에도 첫해인 2012년 매출 9815억원, 2013년 9925억원으로 순항하는가 싶더니 2014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9673억을 기록했다. 야쿠르트, 윌, 쿠퍼스 등 한국야쿠르트의 간판 제품들의 추가 성장이 어려웠다. 40년 넘게 지켜온 방문판매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전동카트 아이디어를 냈다. 이 직원은 평소 지점 관리를 하면서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전동카트 수요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경영진의 고민은 컸다. 냉장 시스템을 탑재한 전동카트를 어디가서 만들어야 할 지 몰랐다. 비용도 적지 않았다. 3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을 수소문했다. 경사진 곳이나 도로 완충작용에 관계 없이 냉장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2년 간의 연구 끝에 24시간 냉장시스템이 가능하고 외부에서도 온도 확인이 되는 신형 전동카트가 탄생했다. 220L 대용량 냉장고는 야쿠르트 3300개 들어가는 크기였다. 또 이 카트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똑같은 LG화학 중대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채택했다. 하루에 한 번만 충전하면 1일 활동에 충분한 전력을 갖춘다는 게 한국야쿠르트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신형 전동카트는 300개가 넘는 중소기업 기술력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전동카트를 사용하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매출은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10~30%씩 늘었다. 전국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월평균 매출은 750만원이다. 최대 225만원 가량 매출이 더 늘어난 셈이다. 김포공항 지역에서 활동 중인 야쿠르트 아줌마 송복순 씨는 “활동 구역이 넓어 고객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지만 전동카트 도입 후 대면 시간이 늘어 월매출이 100만원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아래서 위로 바뀐 기업문화

사업 포트폴리오도 변했다. 전동카트로 방문판매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지난 3월 한국야쿠르트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커피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아 경쟁사들이 꺼려했던 콜드브루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 냉장 시스템이 있는 전동카트로 보관할 수 있어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는 출시 후 하루 평균 10만개 가량이 팔리는 인기상품이 됐다. 하루 평균 매출만 2억원이다.

조직문화도 바뀌었다. 전동카트의 성공적인 경험에 힘입어 경영진들이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의견들을 사업에 적극 반영했다. 최근 출시된 ‘얼려먹는 야쿠르트’도 이 같은 의사결정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지난 4월 출시 후 하루 평균 20만개씩 팔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동카트 도입 이후 발효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