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판사 모든 통화내용 녹음된다
오는 8월부터 변호사가 법원에 있는 판사에게 거는 모든 전화가 녹음된다.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는 이른바 ‘몰래변론’ 등 변호사의 부당한 변론을 신고하는 신고센터도 설치된다.

대법원은 16일 “최근 법관 출신 변호사가 재판부와 연고관계가 있음을 내세워 거액을 받고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은 대책을 8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전화변론, 몰래변론 등을 통해 법정 밖에서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는 ‘법정 외 변론’을 하지 못하도록 대법원규칙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외부 전화는 법관 부속실에서 미리 발신자의 신원과 용건을 확인하도록 하고 통화할 때는 발신자에게 통화 내용이 녹음된다고 알린 뒤 법관이 녹음할 수 있게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이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으로도 변호사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부당변론신고센터’(가칭)도 개설한다.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채 법관에게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려고 할 때 법관이 신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연, 학연 등 연고관계를 이용한 변호사 선임도 차단하기로 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사건은 대법원에서 하루라도 같이 근무한 대법관에게는 배당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상고사건의 최종 배당시기를 상고이유서 및 답변서 제출기간 경과 후(더 이상 새로운 주장을 할 수 없게 된 이후)로 바꿨다. 상고사건을 맡을 대법관과 연고관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른바 ‘변호사 쇼핑’을 막기 위해서다.

재판부와 연고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선임될 때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하는 제도의 확대 시행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가 시행하고 있다.

퇴직법관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나와 있는 재산신고나 취업제한 등 퇴직 관련 제도와 법률시장의 실정 등을 안내해 퇴직 후 바람직한 처신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숙고해보는 계기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변호인의 정당한 변론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