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최저임금 사각지대엔 눈 감고 '시간당 1만원' 숫자만 놓고 힘겨루기
저임금 근로자에게 최저 수준의 임금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최저임금제의 도입 취지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액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처벌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한다. 사용자의 지급 능력과 근로자의 최저 생계 수준 등 노동시장 여건 외에도 정부의 감독 역량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저임금액을 정해야만 제도의 목적이 달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저임금액과 감독 역량의 수준이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다. 최저임금액이 사용자의 지급 능력을 웃돌아 가파르게 상승하면 이 비율도 높아진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14년 12.1%에 달했다. 2000년대 초반(4~5%)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주휴수당이나 초과근로수당 등을 감안하면 미만율이 16.8%까지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용부 통계 기준으로는 2014년 4.9%로 통계청 기준보다 낮다.

비슷한 지표로 ‘영향률’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다. 2015년 14.6%로 2000년대 초반 1~3%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영향률만큼의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바로 임금 인상이 된다.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자의 82.6%가 30명 미만 사업장, 56.4%가 5명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를 감안하면 영세사업주나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지급 능력이나 사업 여건 등이 아니라 최저임금액을 통해 국가가 직접 임금액을 결정하는 셈이다.

미만율에 대해 정부는 물론 노사 모두 공개적인 언급을 꺼린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곧 법 집행 소홀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는 부각되기를 원치 않는다. 사용자는 법 위반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노동계는 자영업자 등 영세사업자가 지급하기에는 지금의 최저임금도 높다는 사실을 시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노사는 법 집행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에 대해 금액 수준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고 있다. 지급 능력이 부족한 영세사업자, 영세사업장 폐쇄로 인한 일자리 급감, 최저임금 미만율의 급격한 상승 등은 도외시한다. 물이 줄줄 새는 낡은 수도관을 방치한 채 물 공급을 늘리겠다고 가압펌프만 증설하는 격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