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왼쪽)으로부터 ‘최저임금에 보내는 청년 942명의 목소리’가 담긴 상자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왼쪽)으로부터 ‘최저임금에 보내는 청년 942명의 목소리’가 담긴 상자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은 2000년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2000년 시간당 1865원에서 2015년 5580원으로 15년간 연평균 8.7% 상승했다. 그동안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였다. 최저임금이 물가보다 3.2배 더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 연평균 증가율은 4.7%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한 23개 노동·사회단체는 최저임금연대회의를 구성해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계 위원들도 16일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올해(6030원)보다 65.8% 많은 1만원을 주장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세계적 추세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연대가 제시한 논거 자체가 틀렸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다섯 가지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1) 최저임금 올리면 불평등 완화?
“저소득층은 고용불안 … 소득격차 더 벌어져”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10년 59.4%로 저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사상 최고인 62.9%까지 올라갔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혜택을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이 더 많이 본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의 44%가 중산층인 소득 4~7분위에 속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정책목표와는 달리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2) 2~3인 가구 생계비 수준 돼야 한다?
“빈곤 문제, 임금 아닌 복지로 해결해야”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2~3인 가구 생계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한 가구의 가장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임금은 근로의 대가’라는 기본 개념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경영계의 반박이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근로의 대가’로 정의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은 법 취지로 ‘임금의 최저 수준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경영계는 빈곤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복지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연간 총소득 2100만원 미만의 외벌이 가구에 최대 170만원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한다.

또 최저임금을 받는 외벌이 가구에는 2인 가구에 교육, 3인 가구에 의료·주거·교육, 4인 가구에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지원한다.
최저임금, 5가지 오해와 진실
(3) 한국 최저임금은 OECD 평균 이하?
"유럽은 상여금·수당 포함 … 실제론 7위"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의 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저임금제 시행 25개 국가 중 한국은 17위’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OECD 자료는 국가별 최저임금 산입 범위 차이로 정확한 비교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 기본급과 정기·고정수당만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포함한다.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또 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7위에 해당한다.

(4) 최저임금 인상이 세계적 추세?
“美, 6년째 동결 … 日은 연평균 1.3% 올려”


노동계는 세계 각국이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약 8484원)에서 12달러(약 1만4043원)로 인상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도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그러나 최근 인상 주장이 나오는 국가들은 최저임금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경영계 설명이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1997년 시간당 5.15달러로 인상된 뒤 10년간 동결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7.25달러로 올랐고 다시 6년간 동결됐다.

일본도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있지만 2010~2014년 일본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1.3%였다. 같은 기간 한국이 연 6.3% 오른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5) 내수 활성화 위해 필요하다?
“수출 중심 한국 경제에는 되레 악영향”


노동계는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고,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미 고령화와 저물가 등으로 가계 소득에서 소비 지출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소득을 늘려도 내수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경영계 반론이다. 소비지출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구하는 평균 소비성향은 2010년 77.3%에서 계속 하락해 2015년 71.9%를 기록했다.

게다가 전체 경제 규모에서 무역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 경제에서 임금을 올리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