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하는 개헌론] 4년 중임제 vs 이원집정부제 vs 내각제…개헌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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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없애야"
개헌 명분은 같지만 각론 달라
정파별 집권 유리한 차원 접근
청와대 "국정운영 블랙홀 돼" 반대
야당 일각 "선거 도움안돼" 신중론
대선 전까지 개헌 쉽지 않을 듯
개헌 명분은 같지만 각론 달라
정파별 집권 유리한 차원 접근
청와대 "국정운영 블랙홀 돼" 반대
야당 일각 "선거 도움안돼" 신중론
대선 전까지 개헌 쉽지 않을 듯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내각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개헌을 공론화하자 다양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분산할지가 개헌 논의의 초점이다. 주요 대선주자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해 총론적으로 공감하지만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선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야당 일각에서 신중론을 펴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은 국정운영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어 내년 대선(12월) 전 개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에도 개헌 주장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으나 각 정파가 어느 권력구조가 집권에 유리할까라는 ‘사리당략(私利黨略)’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개헌 논의는 매번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너도나도 개헌 주장
개헌론자들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힘이 쏠린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가장 중요한 개헌 명분으로 내세운다. 5년 단임제는 임기 말만 되면 레임덕으로 인해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차이로 인한 잦은 선거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에선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부분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찬성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개헌 방법 놓고 의견 갈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이 맞서고 있다. 4년 중임제는 5년인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 등을, 나머지 내치(內治)는 총리가 전담토록 하는 절충형이다. 내각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내각을 구성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성인 남녀 515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에 따르면 69.8%가 개헌에 공감했고, 41.0%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19.8%가 이원집정부제, 12.8%가 의원내각제를 지지했다.
정치권에선 중임제에 무게가 쏠리지만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친박계에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를 골자로 한 분권형 개헌론이 제기됐다.
유 의원과 남 지사, 오 전 시장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원 지사는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 직선 내각제’를 제시한다. 당권 도전에 나선 정병국 의원은 내각제에 찬성한다. 더민주의 문 전 대표와 박 시장, 손 전 고문은 4년 중임제 개헌에 동조한다.
“내년 대선부터 적용” vs “다음 정권서”
개헌 시기와 폭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 전까지 성사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적극적인 개헌론자들은 개헌해서 새 헌법으로 내년 대선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는 내년 4월 재·보선 때 개헌투표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년 초까지는 합의된 방안이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과 대선주자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박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의 폐해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연말 전에 개헌해서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는 게 맞다”고 했다. 남 지사와 원 지사, 손 전 고문은 개헌은 하되 다음 정권에서 하는 안을 제시한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 전반기까지 개헌을 희망했으나 김종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동조하지 않으면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내각제보다 대통령제가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계는 개헌에 대해 한발 빼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범국민적 공론과정을 거치지 않은 여의도만의 개헌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개헌이 이슈가 되면 정권 심판론이 흐려질 수 있어 정권 교체 뒤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개헌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민생”이라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개헌을 공론화하자 다양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분산할지가 개헌 논의의 초점이다. 주요 대선주자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해 총론적으로 공감하지만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선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야당 일각에서 신중론을 펴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은 국정운영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어 내년 대선(12월) 전 개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에도 개헌 주장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으나 각 정파가 어느 권력구조가 집권에 유리할까라는 ‘사리당략(私利黨略)’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개헌 논의는 매번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너도나도 개헌 주장
개헌론자들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힘이 쏠린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가장 중요한 개헌 명분으로 내세운다. 5년 단임제는 임기 말만 되면 레임덕으로 인해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차이로 인한 잦은 선거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에선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부분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찬성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개헌 방법 놓고 의견 갈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이 맞서고 있다. 4년 중임제는 5년인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 등을, 나머지 내치(內治)는 총리가 전담토록 하는 절충형이다. 내각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내각을 구성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성인 남녀 515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에 따르면 69.8%가 개헌에 공감했고, 41.0%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19.8%가 이원집정부제, 12.8%가 의원내각제를 지지했다.
정치권에선 중임제에 무게가 쏠리지만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친박계에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를 골자로 한 분권형 개헌론이 제기됐다.
유 의원과 남 지사, 오 전 시장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원 지사는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 직선 내각제’를 제시한다. 당권 도전에 나선 정병국 의원은 내각제에 찬성한다. 더민주의 문 전 대표와 박 시장, 손 전 고문은 4년 중임제 개헌에 동조한다.
“내년 대선부터 적용” vs “다음 정권서”
개헌 시기와 폭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 전까지 성사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적극적인 개헌론자들은 개헌해서 새 헌법으로 내년 대선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는 내년 4월 재·보선 때 개헌투표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년 초까지는 합의된 방안이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과 대선주자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박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의 폐해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연말 전에 개헌해서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는 게 맞다”고 했다. 남 지사와 원 지사, 손 전 고문은 개헌은 하되 다음 정권에서 하는 안을 제시한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 전반기까지 개헌을 희망했으나 김종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동조하지 않으면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내각제보다 대통령제가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계는 개헌에 대해 한발 빼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범국민적 공론과정을 거치지 않은 여의도만의 개헌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개헌이 이슈가 되면 정권 심판론이 흐려질 수 있어 정권 교체 뒤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개헌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민생”이라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