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사로잡은 'K댄스'…색다른 춤사위에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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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샤요국립극장 공연 대성황
한국·프랑스·영어로 추임새
객석에선 기립박수 이어져
한국·프랑스·영어로 추임새
객석에선 기립박수 이어져
지난 16일 오후 프랑스 파리의 명물 에펠탑을 마주 보는 트로카데로 광장. 왁자지껄한 관광객 뒤로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샤요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한 관객이 1200석을 매진시켰다.
샤요국립극장은 유럽의 대표적인 무용 전문 극장이다. 윌리엄 포사이드, 알론조 킹 등 세계 유수의 무용수들이 무대에 섰던 이 극장에 올 시즌, 한국 춤 5편이 초대됐다.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1911~1969)의 공연 이후 77년 만이다. 2015~2016 한국·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포퀴스 코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공연은 한국과 프랑스 예술가들의 협업작이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 문화 간 만남을 3장으로 구성된 춤으로 풀었다. 샤요국립극장의 상임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한량무 살풀이 부채춤 등 한국 전통 춤사위를 응용해 춤을 짰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풍경,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번갈아 나오는 영상으로 전통과 현재의 연결성을 표현했다.
무대에 선 국립무용단의 여자 무용수들은 한복 대신 형광색 원피스를 입고 춤췄다. 전통 춤 동작을 선보이다가 팔을 마구 휘젓는 등 자유롭게 움직였다. 남자 무용수들은 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전통 북을 멨다. 이들은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섞어가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국립극장 초연작의 구성을 새로 다듬어 올렸다. 분량은 90분에서 70분으로 줄었다.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받은 춤 부분에는 학이 날아가는 영상을 삽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무용수들의 표현도 달라졌다. 독무를 선보인 장현수 국립무용단 무용수는 “외국 관객들에겐 한국 전통무용의 고유한 느낌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며 “플라멩코 춤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발을 놀린 초연 때보다 좀 정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문화를 접목한 장면이 관객들의 긴장을 풀었다. 1장에서 한국어로 “나 좀 봐, 날 것 같아!”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무대를 뛰어다니던 남자 무용수가 한 여자 무용수를 보고 “Hey, tu es très jolie(이봐 당신 정말 예쁜데)!”라고 외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뒤로 젖혀있던 관객들의 몸이 점점 무대 쪽으로 기울었다. 3장에서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볼레로 선율에 맞춰 줄지어 선 무용수들이 군무를 출 때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장단을 맞췄다.
커튼콜 때 관객들의 분위기는 초반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구성이 단순하다는 평을 들었던 국내 초연보다 훨씬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다들 발을 굴러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고, 일부는 벌떡 일어나 기립하기도 했다.
외국 관객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 춤의 독특한 아름다움이었다. 크하이더 무용단의 안무가이자 무용 강사인 에마뉘엘 라몬-보호 씨(54)는 “손목과 어깨 움직임의 섬세함, 종종거리는 발 움직임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 춤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춤은 처음 접한다는 무용 애호가 마리 콜린 씨(30)는 “구조적인 서양 무용에 비해 한국 춤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는지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했다.
디디에 데샹 샤요국립극장장은 “한국의 전통춤에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아함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빠른 춤에서 순간 정적인 움직임을 오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우 아름다웠다”며 “프랑스에 한국 춤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은 24일까지 이어진다.
파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샤요국립극장은 유럽의 대표적인 무용 전문 극장이다. 윌리엄 포사이드, 알론조 킹 등 세계 유수의 무용수들이 무대에 섰던 이 극장에 올 시즌, 한국 춤 5편이 초대됐다.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1911~1969)의 공연 이후 77년 만이다. 2015~2016 한국·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포퀴스 코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공연은 한국과 프랑스 예술가들의 협업작이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 문화 간 만남을 3장으로 구성된 춤으로 풀었다. 샤요국립극장의 상임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한량무 살풀이 부채춤 등 한국 전통 춤사위를 응용해 춤을 짰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풍경,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번갈아 나오는 영상으로 전통과 현재의 연결성을 표현했다.
무대에 선 국립무용단의 여자 무용수들은 한복 대신 형광색 원피스를 입고 춤췄다. 전통 춤 동작을 선보이다가 팔을 마구 휘젓는 등 자유롭게 움직였다. 남자 무용수들은 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전통 북을 멨다. 이들은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섞어가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국립극장 초연작의 구성을 새로 다듬어 올렸다. 분량은 90분에서 70분으로 줄었다.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받은 춤 부분에는 학이 날아가는 영상을 삽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무용수들의 표현도 달라졌다. 독무를 선보인 장현수 국립무용단 무용수는 “외국 관객들에겐 한국 전통무용의 고유한 느낌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며 “플라멩코 춤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발을 놀린 초연 때보다 좀 정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문화를 접목한 장면이 관객들의 긴장을 풀었다. 1장에서 한국어로 “나 좀 봐, 날 것 같아!”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무대를 뛰어다니던 남자 무용수가 한 여자 무용수를 보고 “Hey, tu es très jolie(이봐 당신 정말 예쁜데)!”라고 외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뒤로 젖혀있던 관객들의 몸이 점점 무대 쪽으로 기울었다. 3장에서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볼레로 선율에 맞춰 줄지어 선 무용수들이 군무를 출 때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장단을 맞췄다.
커튼콜 때 관객들의 분위기는 초반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구성이 단순하다는 평을 들었던 국내 초연보다 훨씬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다들 발을 굴러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고, 일부는 벌떡 일어나 기립하기도 했다.
외국 관객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 춤의 독특한 아름다움이었다. 크하이더 무용단의 안무가이자 무용 강사인 에마뉘엘 라몬-보호 씨(54)는 “손목과 어깨 움직임의 섬세함, 종종거리는 발 움직임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 춤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춤은 처음 접한다는 무용 애호가 마리 콜린 씨(30)는 “구조적인 서양 무용에 비해 한국 춤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는지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했다.
디디에 데샹 샤요국립극장장은 “한국의 전통춤에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아함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빠른 춤에서 순간 정적인 움직임을 오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우 아름다웠다”며 “프랑스에 한국 춤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은 24일까지 이어진다.
파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