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브렉시트 대안으로 떠오르는 'B+EU'와 주가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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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세계경제 일시 정지시켜
B+EU 도입하면 세계증시 변곡점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B+EU 도입하면 세계증시 변곡점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세계 경제 활동이 잠시 멎은 듯하다. 미국 금리인상, 유럽과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 등 중요한 정책 결정도 최소한 한 달 이상 연기됐다. EU는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 질서 형성 과정에서 커다란 획을 그어 왔기 때문이다.
결과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조세(too close to call)’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탈퇴’가 ‘잔류’보다 다소 앞서는 결과가 나온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표본오차(표본의 대표성 문제)와 비표본오차(의도와 달리 응답하는 역선택 등 표본 대표성 이외 문제) 탓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정치도박 사이트에선 ‘잔류’가 높게 나온다. 일반 국민보다 경제적 득실을 더 따지는 응답자 특성상 탈퇴 때 영국이 받는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잔류 때에 비해 2020년 3%, 2030년에 5%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시장은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가장 뚜렷한 것은 투자자 성향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스위스프랑화와 일본 엔화가 안전통화로 부상하면서 닛케이지수는 16,000선이 붕괴됐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국채금리도 마이너스 국면으로 들어섰다.
유럽연합은 단일 경제현안 중 가장 역사가 길다. 자유사상가에 의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기점으로 하면 110년, 이 구상이 처음 구체화된 1957년 로마 조약을 기준으로 하면 60년이 넘는다. 유럽인의 피와 땀이 맺혀 어렵게 마련된 것이 유럽연합이다.
유럽통합은 두 가지 경로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 수를 늘리는 ‘확대’ 단계다. 현재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영국은 가담하지 않았지만 회원국 간 관계를 끌어올리는 ‘심화’ 단계다. 유로화로 상징되는 유럽경제통합(EEU)에 이어 유럽정치통합(EPU), 유럽사회통합(ESU)까지 달성해나간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하지만 유럽통합헌법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 동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주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화 단계가 먼저 난관에 부딪혔다. 이 문제는 EEU에 잠복해 있던 일부 유로 회원국에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퇴보한 느낌이다.
유럽통합 과정에서 영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확대 단계 역시 커다란 시련을 맞을 전망이다. 다른 회원국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가 동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분리독립 운동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러시아와 근접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등이 분리독립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독립 운동마저 일어난다면 유럽통합은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퇴와 분리독립은 쉽지 않은 문제다. 1975년 치러진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는 부결됐다. 1995년 캐나다 퀘벡과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반대가 더 많이 나왔다. EU 잔류를 주장하는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의 사망 소식도 막판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의 앞날은 ‘현 체제 유지(muddling through)’ ‘붕괴(collapse)’ ‘강화(bonds of solidarity)’ ‘질서 회복(resurgence)’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회원국이 정치적 명분과 경제적 이익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세계 경제와 증시도 진흙탕 속을 헤매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과 다른 회원국 모두에 차선책으로 ‘B+EU(Britain+EU)’ 방안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B+EU는 영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 테러 문제에 자체적인 해결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브렉시트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란 평가다.
B+EU가 추진된다면 프랑스 벨기에 등 테러 피해로 국수주의 움직임이 거센 회원국이 이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B+EU에 이어 ‘F+EU(France+EU)’까지 적용될 경우 유로존에 이어 EU 차원에서도 ‘이원적인 운용체계’가 공식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와 증시 흐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결과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조세(too close to call)’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탈퇴’가 ‘잔류’보다 다소 앞서는 결과가 나온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표본오차(표본의 대표성 문제)와 비표본오차(의도와 달리 응답하는 역선택 등 표본 대표성 이외 문제) 탓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정치도박 사이트에선 ‘잔류’가 높게 나온다. 일반 국민보다 경제적 득실을 더 따지는 응답자 특성상 탈퇴 때 영국이 받는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잔류 때에 비해 2020년 3%, 2030년에 5%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시장은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가장 뚜렷한 것은 투자자 성향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스위스프랑화와 일본 엔화가 안전통화로 부상하면서 닛케이지수는 16,000선이 붕괴됐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국채금리도 마이너스 국면으로 들어섰다.
유럽연합은 단일 경제현안 중 가장 역사가 길다. 자유사상가에 의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기점으로 하면 110년, 이 구상이 처음 구체화된 1957년 로마 조약을 기준으로 하면 60년이 넘는다. 유럽인의 피와 땀이 맺혀 어렵게 마련된 것이 유럽연합이다.
유럽통합은 두 가지 경로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 수를 늘리는 ‘확대’ 단계다. 현재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영국은 가담하지 않았지만 회원국 간 관계를 끌어올리는 ‘심화’ 단계다. 유로화로 상징되는 유럽경제통합(EEU)에 이어 유럽정치통합(EPU), 유럽사회통합(ESU)까지 달성해나간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하지만 유럽통합헌법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 동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주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화 단계가 먼저 난관에 부딪혔다. 이 문제는 EEU에 잠복해 있던 일부 유로 회원국에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퇴보한 느낌이다.
유럽통합 과정에서 영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확대 단계 역시 커다란 시련을 맞을 전망이다. 다른 회원국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가 동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분리독립 운동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러시아와 근접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등이 분리독립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독립 운동마저 일어난다면 유럽통합은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퇴와 분리독립은 쉽지 않은 문제다. 1975년 치러진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는 부결됐다. 1995년 캐나다 퀘벡과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반대가 더 많이 나왔다. EU 잔류를 주장하는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의 사망 소식도 막판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의 앞날은 ‘현 체제 유지(muddling through)’ ‘붕괴(collapse)’ ‘강화(bonds of solidarity)’ ‘질서 회복(resurgence)’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회원국이 정치적 명분과 경제적 이익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세계 경제와 증시도 진흙탕 속을 헤매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과 다른 회원국 모두에 차선책으로 ‘B+EU(Britain+EU)’ 방안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B+EU는 영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 테러 문제에 자체적인 해결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브렉시트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란 평가다.
B+EU가 추진된다면 프랑스 벨기에 등 테러 피해로 국수주의 움직임이 거센 회원국이 이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B+EU에 이어 ‘F+EU(France+EU)’까지 적용될 경우 유로존에 이어 EU 차원에서도 ‘이원적인 운용체계’가 공식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와 증시 흐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