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력 확대가 아닌 사업 재편을 위한 인수합병(M&A)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이에 따라 M&A 계약 이후 완료까지 걸리는 기간도 단축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대형 M&A에 대해 기업의 심사청구 이전부터 검토를 시작하는 ‘사전예비검토제’를 도입한 데 이어 기업이 준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간소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업재편 목적 M&A땐 합병 신고절차 확 줄인다
◆계열사 간 합병 서류 간소화

공정위는 M&A 등 기업결합 신고 시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 등을 규정한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고시를 20일 개정해 신고 서류를 간소화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 개선 정책의 하나로 기업의 M&A 신고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쟁제한성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 재편 목적의 ‘계열사 간 M&A’ 등 ‘간이신고 대상 기업결합’에 대해선 해당 기업에 ‘시장 현황 자료’의 제출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종전엔 기업결합 유형을 불문하고 신고 회사가 자사와 상대회사의 상위 3개 품목에 대한 매출, 경쟁사, 시장 점유율 현황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경쟁사 간 기업결합, 원재료 수급 또는 유통상의 의존관계에 있는 기업결합에 해당하지 않는 ‘혼합형 기업결합’에 대해선 해당 기업이 상위 1개 품목에 관한 시장 현황 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상장사 주주 현황 제출도 면제

기업결합 유형과 관계없이 국내 상장사에 한해선 계열사·주주 현황(상대 회사 포함) 자료 제출 의무도 없어진다. 국내 상장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에 계열사 및 주주 현황이 포함돼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개된 사업보고서와 비교해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사항을 기업결합 신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고시 개정을 통해 향후 기업의 기업결합 신고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고시 개정 내용을 작년 공정위에 신고된 기업결합 669건에 적용해보면 85%인 566건에 신고서류 제출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구조조정 지원

공정위는 건설, 석유화학, 조선 등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과 M&A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결합심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조치를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작년 6월 도입된 ‘임의적 사전심사’가 대표적이다. 기업이 공정위에 M&A를 정식 신고하기 전에 심사를 요청하면 공정위가 사전심사 이후 경쟁제한성을 미리 통보하는 제도다. 임의적 사전심사를 통과하면 기본 심사 기간이 30일에서 15일로 단축된다. 지난 1월엔 기업결합 관련 ‘사전예비검토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 M&A에 대해서는 기업의 심사청구 이전부터 검토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