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네치킨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볼케이노 치킨’이 6개월 만에 55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20일 발표했다. 한 달에 90억원어치 넘게 팔린 셈이다. 2014년 1년간 1122억원어치가 판매된 bhc의 치즈치킨 ‘뿌링클’에 맞먹는 속도로 팔리고 있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볼케이노 치킨은 한 30대 직원이 떠올린 ‘추억의 맛’을 상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데서 시작됐다. 치킨과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마케팅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바비큐 치킨의 맛을 담고

굽네치킨 상품개발팀의 김보경 대리(35·사진)는 지난해 한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2000년대 초 대학에 다닐 때 1주일에 3~4번 정도 먹은 숯불바비큐 생각이 나네요. 이렇게 만들면 저와 비슷한 세대가 좋아하지 않을까요.” 팀원들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맛은 추억과 관련이 있다’는 게 식품업계의 통설이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오븐구이가 바비큐 치킨의 맛을 잘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볼케이노 개발에 들어갔다. 하루에 보통 10마리가 넘는 닭을 구웠다. 직접 소스를 발라 맛을 봤다. 김 대리는 “대학 때 먹던 바비큐 치킨도 고추장을 가미한 매콤달콤한 숯불 맛이 인상적이었다”며 “소스로 고추장의 감칠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에만 꼬박 1년을 투자했다. 그동안 김 대리는 수백 마리의 닭을 맛봤다.

작년 9월 시제품이 나왔다. 석 달 동안 전국 10개 매장에서 시범 판매했다. 반응이 좋았다. 대형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바비큐 치킨의 추억을 가진 세대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좋아했기 때문이다. 시범판매 기간 굽네치킨은 튀김류의 치킨이 내기 힘든 바비큐 맛을 살리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작년 12월 제품을 출시했다.

○매운맛과 치밥 마케팅

고추장 소스로 맛을 낸 치킨의 이름은 볼케이노로 지었다. 매운맛을 상징할 수 있는 단어였다. 더 매운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위해 마그마소스도 만들어 추가로 제공했다.

매운맛과 함께 또 하나 내세운 마케팅은 치밥(치킨+밥)이었다. 연구개발팀에서 감칠맛 나는 볼케이노 치킨을 먹고 고추장 양념이 남으면 여기에 밥을 비벼 먹게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인가구가 시켜 먹고 남은 치킨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자는 의견이 보태졌다. 굽네치킨은 남은 치킨의 살을 발라 소스와 김가루, 참기름을 넣은 밥에 비벼 먹는 영상을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치킨을 시키면서 “밥은 없느냐”고 묻는 소비자도 있었다. 굽네치킨은 볼케이노를 주문할 때 1000원을 추가하면 CJ제일제당의 햇반을 제공했다. 지난 2월부터는 아예 햇반을 포함한 볼케이노 세트(1만8000원)를 판매하고 있다.

굽네치킨은 볼케이노 치킨 세트를 다양하게 출시했다. 지난 4월 초엔 모차렐라 치즈 1팩(2000원)을 추가한 볼케이노도 내놓았다. 볼케이노가 담겨 있는 종이그릇에 모차렐라 치즈를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30초만 돌리면 된다. 떡과 볼케이노를 함께 조리한 ‘볼케이노 쌀떡볶이’도 이달 초 내놨다.

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