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일본 신주쿠 기노쿠니야 사잔시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오는 9월 일본 신주쿠 기노쿠니야 사잔시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지난해 6월, 일본 공연 제작사 큐브 관계자들이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을 찾았다. 뮤지컬 ‘셜록홈즈’ ‘살리에르’ ‘파리넬리’ 등을 선보인 공연 제작사 HJ컬쳐의 창작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인간 고흐의 삶을 조명한 소재와 그의 명화들을 그대로 재현한 입체적인 영상기술, 서정적인 삽입곡(넘버)에 매료됐다.

큐브는 최근 HJ컬쳐와 대본, 음악만 수입해 일본 정서에 맞게 각색하는 라이선스 계약 대신 무대와 의상, 영상까지 바꾸지 않고 그대로 공연하는 레플리카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오는 9월7~24일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사잔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이번 공연은 영상이 ‘제3의 배우’라고 할 정도로 음악과 영상, 드라마가 시너지를 내는 작품”이라며 “레플리카 형식으로 공연을 수출해 기존 라이선스 계약보다 훨씬 높은 개런티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한류’가 일본을 달구고 있다. 창작 뮤지컬이 잇달아 일본에 수출되고,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국내 뮤지컬 공연에 일본 팬들이 몰리고 있다.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 등 규모별로 특화된 창작 뮤지컬 콘텐츠와 한류 스타들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일본 대형 공연 제작사인 도호프로덕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프랑켄슈타인’은 1000석 이상 대극장 뮤지컬의 첫 수출 사례다. 내년 1월8~30일 도쿄 닛세이극장에서 일본어 버전으로 초연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 ‘빨래’ 이후 레플리카 형식으로 수출되는 첫 작품이다.

뮤지컬 한류 열풍은 몇몇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한 해외 공연, 대본과 음악만 수출하는 라이선스 계약 단계를 지나 레플리카 공연 수출 단계까지 진화했다. 한 대표는 “일본에선 극장 수에 비해 자체 공연이 부족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일본 제작사들이 대중적인 소재와 세련된 음악이 강점인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
지난해 여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공연 시장에도 다시 한류 바람이 거세다. 지난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는 일본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뮤지컬 ‘모차르트!’에 모차르트 역으로 출연한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을 보기 위해서였다.

공연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사토 다마사는 “규현의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 네 번째”라며 “이번에도 1주일간 한국에 머물며 ‘모차르트!’ 공연을 한 번 더 볼 예정”이라고 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날 공연 예매자의 25%가 외국인 관객이었다. 공연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12일 막을 내린 창작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때는 아이돌 그룹 빅스(VIXX)의 레오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단체로 관광을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