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한국을 떠난다] 국민연금, 미국 BoA 장기 회사채 1억弗 사들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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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로 한·미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전
최근엔 기업 신용 위험까지 부각
1분기 해외채권 투자잔액 587억弗…통계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
최근엔 기업 신용 위험까지 부각
1분기 해외채권 투자잔액 587억弗…통계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시장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이 떠나고 있다. 올 들어 국고채 금리가 연 1.3%대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국내 채권만으로는 목표 운용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의 채권 투자처가 해외로 이동하면서 국내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채권 투자 잔액은 58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한 1분기에만 88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해외 채권은 미국 정부나 기업이 발행한 장기 채권이다.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과 비교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말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현재 연 1.6%대)와 동일 만기 국내 국고채 금리(연 1.5%대)가 역전된 이후 미국 채권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15년 만기 회사채 1억1400만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10개 주요 해외 채권 투자 종목 중 5종이 미국 채권이다.
강성부 LK파트너스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채권 금리가 워낙 낮아진 데다 회사채의 경우 기업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여서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투자운용본부장은 “지금은 미국 등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의 채권에 주로 투자하고 있지만 점차 투자 대상국을 신흥국 등으로 다변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회사채시장 규모는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12년 76조714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급감해 지난해 58조205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회사채 발행량도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조선 해운 등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현재 연 1.25%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인하되면 국내 회사채 투자 수요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현대위아 LG전자 SK에너지(이상 신용등급 AA0) 한화테크윈(AA-) 등 우량 기업들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만기가 된 채권의 상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헌형/서기열 기자 hhh@hankyung.com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채권 투자 잔액은 58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한 1분기에만 88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해외 채권은 미국 정부나 기업이 발행한 장기 채권이다.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과 비교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말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현재 연 1.6%대)와 동일 만기 국내 국고채 금리(연 1.5%대)가 역전된 이후 미국 채권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15년 만기 회사채 1억1400만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10개 주요 해외 채권 투자 종목 중 5종이 미국 채권이다.
강성부 LK파트너스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채권 금리가 워낙 낮아진 데다 회사채의 경우 기업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여서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투자운용본부장은 “지금은 미국 등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의 채권에 주로 투자하고 있지만 점차 투자 대상국을 신흥국 등으로 다변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회사채시장 규모는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12년 76조714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급감해 지난해 58조205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회사채 발행량도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조선 해운 등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현재 연 1.25%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인하되면 국내 회사채 투자 수요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현대위아 LG전자 SK에너지(이상 신용등급 AA0) 한화테크윈(AA-) 등 우량 기업들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만기가 된 채권의 상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헌형/서기열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