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 피습 사망 사건을 계기로 영국인들의 표심이 ‘유럽연합(EU) 잔류’ 쪽으로 살짝 기운 가운데 영국 내 잔류파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해 막판 기세를 올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현지시간) BBC가 마련한 45분짜리 특별 방송 ‘퀘스천 타임’에 출연, “탈퇴 진영의 거짓말에 속아 영국이 브렉시트로 간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3년 안에 EU에 가입해 영국에 곧 무슬림 이민자가 들이닥칠 것이란 브렉시트 찬성파의 주장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30년 내에 터키가 EU에 가입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를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며 “터키의 EU 가입을 염려해 브렉시트를 선택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반박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EU 분담금으로 주당 3억5000만파운드를 내고 있다는 주장과 영국군의 EU군 편입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집을 살 때, 다리를 지을 때 우리는 전문가의 말을 듣는다”며 “유권자들은 브렉시트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는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언급하며 “처칠은 영국이 고립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함께 싸우길 바랐다”며 “우리는 오늘날에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유럽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방청객이 그를 처칠의 전임자인 아서 네빌 체임벌린 전 총리에 빗대자 한 말이다. 체임벌린은 독일 나치에 양보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화 정책을 펴 ‘실패한 총리’로 평가받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영국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EU 잔류를 위한 자신만의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은 투자자나 아버지 한 명, 할아버지 한 명이 감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에 1만파운드를 공탁하고 캠페인 등록을 마쳤다. 그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주소를 두고 있어 투표권이 없지만 영국인 5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