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모씨(40)는 지난 4월부터 배민프레시의 반찬 정기배송을 이용하고 있다. 올 들어 비정기적으로 단품 주문을 하다가 최근 주 2회 정기배송을 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물리지 않도록 다양한 반찬을 골라서 보내주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한경 스타트업 리포트] 단순 배달 넘어 맞춤 서비스…단골 키우는 'O2O 벤처'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제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방식의 전자상거래를 일컫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배민프레시 정기배송을 통해 반찬, 국, 빵 등을 주문하는 이용자 수는 최근 6개월간 세 배 이상 늘어났다. 헬로네이처, 나물투데이 등 식품 정기배송 서비스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업체 등도 가세하면서 꽃, 책, 유아용품 등 품목도 다양해졌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서비스 질도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선식품 위주로 매출 급증

정기배송 서비스는 1~2년 전만 해도 주스, 화장품, 빵 등 가공식품에 국한돼 있었다. 정기적으로 소량 구매를 반복하는 물품 중 상당기간 보존이 가능하면서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반찬, 국 등 배송하기 까다로운 음식과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서비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인 헬로네이처는 최근 달걀 정기배송을 시작했다. 박병열 헬로네이처 대표는 “신선식품은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용자가 많다”며 “계란, 우유 등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부터 정기배송을 시작해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물투데이는 나물을 자주 먹지만 주기적으로 구매하기 어렵거나 나물을 잘 모르는 이용자를 위해 40종의 나물 가운데 3종을 골라 주 1~2회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주문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시작한 뒤 빵, 반찬, 주스, 도시락 등 조리 또는 반조리 식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배민프레시 관계자는 “정기배송은 단골을 확보하고, 주문 예측·관리가 쉽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정기배송 품목 확대

기업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큐레이션(선별) 서비스를 도입해 이용자가 직접 물건을 고르지 못하는 정기배송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용자의 취향 정보 등을 분석해 전문가들이 물건을 추천해줄 수 있게 되면서 정기배송 품목도 늘었다. 이에 따라 매월 전문가들이 고른 5~6개 화장품을 받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시데이즈를 비롯해 꾸까(꽃), 베베티움(유아서적), 텐박스(출산·태교상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담는 ‘묶음배송’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용주기에 따라 5~10%가량 가격도 저렴하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정기배송으로 급성장하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생수, 휴지 등 생활필수품과 기저귀, 분유, 물티슈 등 유아용품 위주로 1만여개의 상품을 정기배송하고 있다. 구매한 상품을 지정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고, 자동 결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지난달부터 O2O(온·오프라인 연계) 스타트업과 손잡고 정기배송 서비스에 나선 SK플래닛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자의 생활 패턴 변화에 따라 정기배송 상품 종류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