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진심으로 대한 관광객 한 명이 250명 데려온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는 기네스북에 이름이 오른 인물이다. 그가 이런 영광을 얻게 된 것은 자신이 발견한 ‘1 대 250 법칙’을 지킨 덕분이었다. 1 대 250 법칙이란 한 사람이 평균 250명의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 법칙을 장례식장에서 찾았다고 한다. 한 명의 장례식장에는 평균 250명의 조문객이 오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그는 더 많은 신규 고객을 찾아나서는 대신 지금 만나고 있는 한 사람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관광정책 변화에 대한 보고를 들으면서 지라드의 이 법칙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비로소 관광정책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안도감도 생겼다.

그동안 정부의 관광정책은 양적 성장에만 매달렸던 게 사실이다. 이웃 국가와의 관광객 숫자 경쟁, 작년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느냐 하는 숫자 경쟁의 근저에는 모두 양적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이런 욕구를 알아챈 관광산업 종사자들은 급기야 ‘인두세’를 주고 관광객을 ‘사오는’ 악습을 만들었고, 이것은 고스란히 저가관광으로, 관광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관광객이 쏟아내는 불만의 소리에는 귀를 막은 채 ‘숫자’만 외쳐댄 결과는 재방문율의 급격한 저하로 이어져 한국관광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만 더욱 높아졌다.

정부의 관광정책이 종전의 양적 목표에서 질적 목표로 전환된 것은 이런 부조리 척결뿐 아니라 관광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지라드가 이미 간파했던 것처럼 100명이 아니라 한 사람의 관광객에게 최고의 환대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은 아닌지. 그런 점에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관리키로 한 7대 목표 중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와 재방문율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것은 음미해 볼 만하다.

이제 공은 관광객을 유치해 오고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살펴야 할 민간 관광인에게로 넘어왔다. 정부가 아무리 정책 변화를 꾀한다고 해도 민간이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정책이란 거창한 말을 쓸 것도 없이, 민간인 스스로가 자기 사업의 적자 수렁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는 곧 패망을 뜻한다.

이제는 한 사람에게라도 최선을 다해 환대하는 관광시장 풍토를 일궈야 한다. 마음을 준 한 사람이 가져다 줄 250명의 새로운 고객을 기대하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한마음으로 모였으면 한다. 고객의 마음을 얻으려면 나의 마음을 먼저 줘야 한다. 마음을 낚는 낚시의 미끼는 나의 마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 민간 관광인들은 과연 관광객들에게 마음을 주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정말 자신한다면, 어떻게 가격 덤핑을 치고 관광객들에게 5000원짜리 싸구려 삼계탕을 먹일 수 있을까? 그동안 관광객들을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만 보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일본 상인들은 처음 자기 가게를 찾은 사람을 백년손님으로 대한다고 한다. 자기 한 세대뿐 아니라 대를 이어 자기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까지 충성 고객으로 남게 하려는 마음이 1000년 가게를 만든 요인이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일본 상인들의 불문율로 전해져오고 있다. 오사카상인 18계(戒), 도쿄상인 30계가 그것이다. 이번 관광정책의 변화에 부응해 악습을 버리고 진정한 문화관광대국의 길로 나서보자. 남들은 몇 대(代)를 생각한다는데 당대도 설계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홍주 <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