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세상을 바꾼 창조혁신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
마취제와 전기차, 인도 타타그룹의 나노, 델 컴퓨터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통념을 깨고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인간에 대한 애정이 창조적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1874년 개발된 마취제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우연이 결합해 탄생한 혁신적 제품이다. 당시만 해도 모든 수술 환자는 생살을 칼로 도려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심프슨은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수술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러던 중 그의 실험실에서 조수 중 하나가 클로로포름병을 엎지르는 일이 벌어졌다. 기체가 퍼지자 실험실 내 모든 이들이 한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심프슨은 클로로포름을 이용해 마취제를 개발했다. 이후 환자들은 고통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를 개발한 배경도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후세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다. 머스크는 2014년 전기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외 태양열에너지 사업, 우주개척 사업 등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인도 타타그룹 회장인 라탄 타타는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뭄바이에서 스쿠터 한 대에 네 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한 남자가 스쿠터를 운전했고, 앞에는 큰 아이를 태웠다. 뒤에는 남자의 부인이 작은 아이를 안고 있었다. 타타는 가난한 이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이 스쿠터에 타서 넘어져 크게 다치는 일도 막고 싶었다. 타타는 200만원대 가격의 자동차 ‘나노’를 출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차다.

나노는 출시 후 몇 달 만에 20만대가 팔렸으며 2010년 인도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이런 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에게 안전함과 편리함을 제공하려고 한 타타 회장의 인류애 때문이다.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도 비슷한 경우다. 1980년대 초 IBM 컴퓨터 가격은 대당 2500~3000달러 수준이었다. 어느날 델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드는 부품 가격을 모두 더해도 600달러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원하는 사양의 맞춤형 컴퓨터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는 델컴퓨터를 세워 기존 컴퓨터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컴퓨터를 팔기 시작했다. 델컴퓨터는 2010년 포천지에 의해 가장 존경받는 기업 5위에 뽑히기도 했다.

창조적 상품과 서비스로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진심으로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창조혁신의 출발점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더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불편함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한 결과물이 창조혁신의 산물이다.

혁신을 원한다면 어떻게 고객을 더 편리하게 할지, 어떻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 고객의 관점에서 불편한 점을 찾아 편리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해야 한다. 바로 이곳에 창조와 혁신의 실마리가 있다.

이혜숙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