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3단계 개방] 해외지역 전문가·국제 분쟁팀 육성…광장 "글로벌 로펌으로 거듭나겠다"
“모든 분야에서 국제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지역 전문가 육성을 통해 글로벌 로펌으로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

김재훈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사진)는 글로벌 로펌으로 발전하려는 광장의 청사진을 자신있게 설명했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으로 변화의 길목에 선 법조산업에 대응하는 광장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 변호사는 “전문성이라는 뿌리를 튼튼히 내렸기 때문에 그 어떤 태풍이 오더라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광장이 전문성 강화를 중·장기 전략으로 정한 것은 1990년대 초다. 많은 로펌은 ‘두루두루 잘하는’ 변호사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광장의 선택은 달랐다. 김 대표는 “전문성 강화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후로 각 분야의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였다. 입사하는 변호사들에게도 처음부터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정하고 한우물을 팔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 내부 구성원도 있었다. 한 광장 변호사는 “내가 이 분야만 파다가 다른 곳에 가면 찬밥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우물을 판 게 맞았다”고 했다. 산업별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공계 변호사를 대거 영입한 것도 광장의 특화 전략이었다. 가령 지식재산권 그룹 60여명의 변호사 중 40여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전기·전자·해운·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에게 최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광장은 이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앞두고서다. 김 대표는 “광장은 지역전문가 육성, 국제분쟁팀과 조세 그룹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로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전문가 육성 위해 장기 투자”

광장은 세계 각지의 지역 전문 변호사를 교두보 삼아 세계 무대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로펌은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만 팀을 급조했다. 반면 현지에서 머물며 현지 로펌 못지않은 역량과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 전문팀을 만들겠다는 게 광장의 구상이다. 일본·중국·베트남 등에는 이미 사무소를 열었다. 남미·아프리카·중동 등에도 5~10명 규모의 지역 전문팀을 꾸려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건설 프로젝트 업무를 맡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현지에 최적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지역 전문가 육성이 당장 수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해외에 파트너급 변호사를 내보내면서 5년에서 10년 정도 기간을 잡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디스커버리, 국제 분쟁팀의 수익원

국제 분쟁팀 강화는 글로벌 로펌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국내 대형 로펌들이 공통적으로 껴안고 있는 숙제다.

국제 중재 소송 전문 변호사로 자리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변호사 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 적다. 광장은 임성우 변호사가 이끄는 40명 규모의 국제 분쟁팀에서 외국 변호사 영입과 젊은 국제 변호사 육성이라는 ‘투 트랙’을 택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삼성물산 출신인 구현양 변호사와 미국 제9연방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지낸 미셸 소넨 미국 변호사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광장은 ‘디스커버리’를 수행하는 지식재산권 그룹도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고가 피고에게 서류 제출을 요구하면 피고는 유불리에 관계없이 관련 서류를 모두 원고에게 제출해야 하는 것이 디스커버리 제도다. 광장은 다수의 디스커버리 사건을 맡으면서 쌓인 전문성을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특허 소송 등에 휘말렸을 때 미국 로펌보다 더 정확한 디스커버리를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이 해외에서 어떤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할지 고민하다 보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기업에 효율적 조세 자문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요즘 하는 고민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세금 문제’라고 단언했다. 현지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이나 현지에서 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세금 문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제 조세와 관련된 여러 법규를 이해해야만 합법적인 범위에서 절세가 가능한 세금 구조를 짤 수 있다”며 “해외로 진출하려는 기업에 효율적인 조세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광장도 기업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